對北제재는 단호한 의지 표현 한국은 그래도 대화에 나서야
北 변해야 협상 응한다는 정책 소형화 위한 시간만 벌어줄 것
미국의 북핵 전문가인 켈시 데이븐포트 미국 군축협회 비확산정책 부문장(디렉터)은 6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소니 해킹 사건에 대응한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는 “실제 효과 발휘는 미흡하겠지만 상징적 의미는 크다”고 분석했다. 최근 남북간 대화 분위기에 대해서는 “담을 쌓고 북한을 방치하는 것보다 접촉 통로를 확보하는 게 그나마 북한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또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 기술을 진전시키고는 있으나 아직 미사일에 장착할 단계까지 이르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파키스탄, 인도, 북한, 이란 등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탈퇴한 국가의 핵개발 과정에 정통한 데이븐포트는 최근 워싱턴 안보관련 연구 공동체에서 주목 받는 신인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데이븐포트는 이날 인터뷰에서 유엔 및 미국이 이미 발동한 대북 제재는 북한이 무력화시킬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며 “제재 대상 기업ㆍ단체 이름을 바꾸거나 새로운 연결망을 확보하는 등의 방법으로 북한은 국제 사회의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대북 제재가 북한 정권을 곤경에 빠뜨리거나 경제를 흔들만한 수준은 되지 못한다”면서도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도발적 행동을 계속하면 미국은 계속 이를 응징할 것이라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정상 회담 용의’ 신년사를 계기로 남북 대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새로운 제재가 부정적 환경을 조성했어도 한국은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급작스럽게 정책과 태도를 바꾸는 북한 정권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김정은 신년사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담을 쌓고 북한을 방치하는 것보다는 남북 대화라는 접촉 통로를 확보하는 게 그나마 북한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데이븐포트는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는 2013년 핵실험 이후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진전되기는 했으나 “(파키스탄, 인도 등)다른 핵무기 보유 국가가 실시한 핵폭탄이나 발사체 실험과 비교하면 지금까지 북한이 진행한 실험 만으로는 투발 수단에 핵탄두를 장착할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을 것이며 실제로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 배치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래서 “한국과 미국 및 주변국들이 북한 핵무기를 저지할 시간적 여유가 남아 있다”며 “버락 오바마 정부는 기존의 ‘전략적 인내’에서 벗어나 북핵 저지를 위한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북한이 변해야만 협상에 응한다’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다가는 북한이 실전에 배치할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할 시간만 벌어줄 것이라는 논리다.
데이븐포트는 “6~12개 정도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 물질을 보유한 북한을 방치할 경우 연내 핵무기 소형화에 결정적 계기가 될 추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위성 관측 자료에 따르면 북핵 실험장 주변과 갱도는 늘 가동 중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추가 핵실험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보낼 경우 북한도 섣불리 실험을 강행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미국이 한국에 도입을 종용하는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효과에는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한 MD 체계는 그 위협을 완화하는 수단일 뿐 최종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며 “북한이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겠지만 시간이 남아 있을 때 협상과 제재를 병행해 북한 핵을 완전히 제거하는 게 최상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