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 “지구에서 1100광년”… 총8개 ‘골디락스’ 발표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가능성이 97%로 추정되는 행성이 태양계 밖 먼 우주에서 발견됐다. 지구보다 30% 가량 더 큰 이 행성은 지구로부터 1,100광년(1광년=9조4,670억7,782만km) 떨어진 곳에서 태양보다 훨씬 작고 차가운 별(적색왜성) 주위를 112일에 한 바퀴씩 돌고 있다.
이 행성 ‘케플러-442b’를 찾아낸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연구진은 “지금까지 알려진 외계행성 중 가장 지구를 닮았다”고 확신하고 있다. 연구진은 케플러-442b를 비롯한 8개의 지구 닮은 행성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이들 8개 행성에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근거는 크기와 성분, 중심별까지의 거리 등이다. 적색왜성으로부터 케플러-442b가 받는 빛의 양은 태양으로부터 지구가 받는 빛의 3분의 2 정도다. 이만하면 행성 표면의 물이 끓거나 얼지 않고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온도라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또 지구와 크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표면이 지구처럼 단단한 암석으로 이뤄져 있을 가능성이 60%라는 것이다. 지구가 속한 태양계 내에서도 목성 같은 가스형 행성보다 화성 같은 암석형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8개 중 두 번째로 생명체가 살 가능성(70%)이 높은 행성은 지구로부터 470광년 떨어진 곳에서 케플러-442b와 같은 별 주위를 35일 주기로 돌고 있는 ‘케플러-438b’. 지름이 지구보다 단 12% 길뿐 거의 크기가 비슷하고, 암석으로 이뤄져 있을 확률이 70%나 된다. 빛은 지구가 받는 양의 40%만큼을 더 받는다.
인류가 지금까지 발견한 외계행성은 2,000개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지구와 온도가 비슷해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가능성이 있는 행성을 ‘골디락스’라고 부른다. 이전까지 골디락스 행성으로 인정받은 건 22개. 지구와 같은 환경을 1이라고 하고 지구와 닮은 정도를 0~1 사이의 점수(ESI)로 매겼을 때 22개 중 가장 점수가 높은 행성은 0.84로 평가 받은 ‘GJ 667Cc’다. 지구와 84% 비슷하다는 의미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8개 행성의 ESI 점수가 분석되면 골디락스 순위도 변동이 생긴다.
골디락스와 외계행성 발견의 일등공신은 2009년 우주로 올라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망원경 ‘케플러’. 이름에 ‘케플러’가 들어간 행성은 바로 이 망원경으로 관측됐다는 뜻이다. 이번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연구진도 과거 케플러가 관측한 행성들을 자체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과 추가 관측 데이터 등으로 재분석해 골디락스 후보 8개를 찾아낸 것이다.
아쉽게도 케플러 망원경은 지난해 봄 수명을 다했다. 우리나라 천문학자들은 케플러의 뒤를 이을 거대한 망원경(KMTNet)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칠레, 호주에 세우고 본격 가동을 준비 중이다. 김승리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칠레 망원경이 올 3월부터 가장 먼저 외계행성 관측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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