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수중서 발사실험 마쳤을 수도… 실전 배치까진 좀 더 시간 걸릴 듯
美본토 위협할 정도까지 발전, 병력·재래식 무기도 한층 증강"
북한이 잠수함에서 은밀하게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군사적 위협이 머지 않아 현실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국방부가 6일 발간한 ‘2014 국방백서’에는 ‘북핵 소형화 능력이 상당 수준’이라는 분석도 포함돼 있다. 북한이 도발능력을 높이는데 박차를 가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위험도도 높아지고 있다.
잠수함에 탄도미사일 탑재 가능
백서는 북한의 해상전력에 대해 ‘탄도미사일 탑재 가능한 신형 잠수함 등 새로운 형태의 잠수함정을 지속 건조하는 등 수중공격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SLBM은 적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고 수중 어디에서나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가장 주목 받는 북한의 최신 무기다. 지난 10월 북한 신포항에서 포착된 신형 잠수함에 탄도미사일 발사관이 장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관심이 증폭됐다.
군과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SLBM 발사 실험을 지상과 수중에서 이미 마쳤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신형 잠수함은 로미오급(1,800톤) 보다 큰 2,000톤 정도 크기로, SLBM을 장착한 러시아의 골프급(3,000톤) 잠수함보다는 작다. 하지만 북한은 러시아와 달리 미사일을 잠수함 선체 안에서 발사(hot 방식)하지 않고 고압으로 일단 선체 밖에 내보낸 뒤 물 속에서 점화(cold 방식)하는 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발사과정에서 받는 압력이 적기 때문에 잠수함 크기가 작아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이르면 올해 안에 SLBM 성능 시험을 마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국방 당국은 “아직 기술적 완성도가 50% 정도 수준”이라며 실전배치까지는 좀더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핵무기 소형화 상당 수준
백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핵무기 소형화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기술했다. 핵 위협이 가시화를 넘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년 전 발간한 2012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1ㆍ2차 핵실험 사실만 명기하고 기술적 평가를 유보했던 것과 크게 달라졌다. 국방부는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8년이 지났고 2013년 2월까지 3차례 핵실험을 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통상 핵무기 개발 시작 후 7년 정도면 소형화 단계에 들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대포동 미사일의 사거리가 6,700㎞에서 1만㎞로 늘었다. 백서는 ‘북한이 2012년 12월 발사한 은하 3호가 궤도 진입에 성공한 것을 근거로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소형 핵무기를 장거리 미사일에 실어 미국을 공격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소형 핵무기를 탑재하려면 아직 검증과정이 남아있다”며 “이 기술이 완성됐다는 첩보고 없고 앞으로 거쳐야 할 단계도 많다”고 말했다.
전방지역 포병ㆍ기계화 전력 대폭 증강
북한은 전방에 배치한 재래식 무기도 대폭 증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차 100여문, 장갑차 300여문, 다련장ㆍ방사포 700여문을 추가 배치했고 지대지유도무기도 100여기 늘려 포병과 기계화부대의 전력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뒀다. 모든 전선에 걸쳐 비무장지대(DMZ)에 병력 대피 시설도 신축했다. 지난해 말부터 군사분계선(MDL) 근처에서 북한군의 저강도 도발이 잇따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군 병력은 공군이 1만여 명 늘어 120만여 명으로 추산됐다. 우리 군(63만여 명)의 2배 수준이다.
북한군 지휘체계의 변화도 눈에 띈다. 자강도 일대의 군수시설 경비와 북ㆍ중ㆍ러 접경지역의 군사력 보강을 위해 군단급 부대인 12군단을 창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전략로켓트사령부가 육ㆍ해ㆍ공군과 동급인 전략군으로 명칭이 변경된 사실도 국방백서에 처음 반영됐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위체제 강화도 백서에 포함됐다. 과거 김정일의 신임을 배경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던 보위사령부를 총정치국 예하로 이관한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했다. 김정은이 군 조직을 확실히 장악하고 군의 주민통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의도라고 백서는 분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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