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농가서 확진 판정 바이러스 전국에 확산된 듯
무안에A1… 축산농 시름
돼지 농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는 구제역이 급기야 소까지 전염됐다. 돼지보다 구제역에 강한 소가 전염된 것은 그만큼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의미로 축산 농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경기 안성시 소 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축으로 신고됐던 소가 구제역으로 확진 판정됐다고 6일 밝혔다. 또 앞서 용인시 돼지 농가 2곳에서 접수한 구제역 의심 신고도 이날 확진 판정됐다.
소는 일반적으로 돼지보다 구제역에 강한데, 구제역 백신이 소의 혈청을 재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소는 한번 백신을 맞으면 항체 형성률이 약 95%에 달하지만 돼지는 한 번 접종에 40%, 두 번 접종에 90% 정도에 불과하다.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는 “소에서 구제역이 발생될 정도면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구제역이 확인된 해당 농가 반경 3㎞ 이내에는 100여 농가가 소 4,500여마리, 돼지 1만4,00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어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안성시는 2010~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 돼지 20만6,000마리와 소 1,600마리를 살처분해 총 400억원이 넘는 피해액이 발생한 대표적인 구제역 피해 지역이다. 인근 용인시와 이천시도 국내 최대 축산지역으로 꼽히는 만큼 방역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1년 이후 올해 처음으로 다시 발생한 구제역은 지난달 3일 충북 진천군에서 발병한 뒤 같은 달 29일 경기 이천시, 30일 경북 영천시로 퍼져나간 상태다. 지금까지 살처분한 개체 수(5일 기준)만도 2만6,000여마리에 달한다.
농식품부는 다만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현재 국내 접종 중인 백신과 같은 유형인 O형이라 확산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안성 농가에서 기르는 소 47마리 가운데 면역이 잘 형성되지 않은 한 마리에서만 임상 증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류상으로만 백신을 접종했다고 허위 신고하는 농가가 적지 않아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식품부가 작년 이후 구제역 예방 접종을 실시하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한 농가만 460여곳에 달한다.
이 와중에 조류인플루엔자(AI)마저 기승을 부려 축산 농가의 시름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날 전남 무안군 소재 육용오리 농장에서 AI 의심축이 신고됐다고 밝혔다. 이번 신고가 AI로 확진 판정되면 AI는 지난달 22일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토종닭에 이어 15일 만에 발생하는 것이다. AI로 인해 살처분된 가금류는 지금까지 총 52만6,000여마리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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