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 법정관리 신청으로
충당금 2000억 쌓아야
대한전선 분식회계 2500억 손실
잇따른 기업발(發) 악재로 은행권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에 적신호가 켜졌다. 초저금리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권이 기업 부실화에 따른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지난 연말 동부건설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 신청과 대한전선 분식회계 등의 악재로 은행권이 입게 될 손실은 4,000억원을 훨씬 넘을 전망이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부건설의 채권금융기관 여신은 2,618억원(담보 1,064억원, 무담보 1,553억원)이다. 은행별로는 산업은행이 1,270억원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 248억원, 외환은행 100억원, 경남은행 90억원 순이다. 채권은행은 이번 법정관리 신청으로 2,0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을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은행이 절반 수준인 1,000억원, 나머지 채권은행들도 모두 합해 1,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동부건설의 법정관리로 1,713개에 달하는 협력업체가 도산할 경우 은행들의 충당금 규모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초 대한전선의 2,700억원대 분식회계도 은행의 손실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한전선은 회수할 수 없는 매출채권을 과대평가하고 대손충당금을 적게 계상하는 방식으로 2011년과 2012년의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을 부풀렸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대한전선 주식은 지난달 4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현재 국내 10개 은행은 3억주에 육박하는 대한전선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 이에 따라 평가 손실이 최대 2,500억원에 달할 걸로 추산된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각 은행의 대한전선 취득가격은 주당 약 2,100~2,500원 수준이지만 외부평가기관의 주당 평가가격은 1,000원에도 못미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은행별 손실 규모가 하나은행 630억원, 우리은행 460억원, 국민은행 450억원, 신한은행 440억원, 광주은행 120억원 등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모뉴엘 사태에 이어 동부건설, 대한전선까지 기업발 악재가 이어지고 있고 일부 대기업의 만성 부실화도 매끄럽게 해소되지 않아 은행권 실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au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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