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보유업체 4개로 제한… 실무자와 담당계장 의견 대립
광주시가 7월 열릴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앞두고 주경기장으로 쓸 광주월드컵경기장의 외벽 노출콘크리트 표면 보수공사를 추진하면서 건축공사 현장에 사용된 사례가 거의 없는 특허공법을 적용하는 조건으로 입찰을 실시해 잡음이 일고 있다.
더구나 시가 일반공법보다 공사비가 3배 이상 소요되고 경기장의 원래 모습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특허공법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건축전문가와 공사 발주 담당 직원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입찰을 밀어붙인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시 등에 따르면 시는 15억여원(원가 기준)을 들여 광주월드컵경기장 외벽 노출콘크리트 표면(3만2,779㎡) 보수공사를 벌이기로 하고 지난달 말 긴급 입찰을 통해 A사를 낙찰자로 선정했다. 시는 당시 입찰공고에서 낙찰자는 신기술ㆍ특허사용 확약서 원본을 낙찰자 결정 후 10일 이내 제출하도록 참가자격을 제한했다. 그러면서 입찰 공고 직전 시와 신기술ㆍ특허 사용협약을 맺은 특허공법 보유 업체 4곳과 해당 업체의 공법을 제시했다. 낙찰자가 사실상 특허공법 보유 업체 4곳 중 한 곳에 하도급을 줄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시가 제안한 특허공법이 월드컵경기장과 같은 일반 건축물이 아닌 교량이나 옹벽 등 주로 토목구조물에 적용되는 시공방식인데다, 이번 공사 설계에 반영된 특허공법을 보유한 업체의 경우 노출콘크리트 보수공사 실적도 없다는 점이다. 나머지 업체들이 시에 제출한 시공실적도 대부분 노출콘크리트가 아닌 일반콘크리트 보수공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건축전문가들은 특허공법이 오염된 노출콘크리트 표면 등에 대한 복원보다는 도장(塗裝) 성격이 커 노출콘크리트가 갖는 질감과 건물 미관 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며 공사 현장에 특허공법 적용을 반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기존의 일반 보수공법도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내구연한이 최고 15년 이상 보장되는 등 특허공법(20년)과 별 차이 없다”며 일반 공법을 권장하고 있다.
특허공법을 이용한 공사비용이 일반 보수공법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것도 예산 낭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번 보수공사의 경우 4개의 특허공법을 적용할 때 공사비(원가 기준)가 16억~21억원이 소요돼 일반 보수공법(4억~5억원)보다 최고 3배 이상 비용이 더 든다.
이에 따라 공사 발주 실무담당자는 전문가 자문과 업계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이 같은 특허공법의 문제점을 확인한 뒤 건물 복원에 초점을 맞춘 일반 보수공법 적용이 타당하다는 내용의 공사발주 초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실무담당자의 윗선은 지난해 7월 광주시체육회로부터 월드컵경기장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의뢰 받은 모 안전진단업체가 안전등급을 ‘B등급’으로 판정하면서 보수에 필요한 공법으로 4개의 특허공법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해당 공법을 입찰 조건에 포함시켰다.
이 과정에서 실무담당자가 특허공법 적용의 부당성을 강력히 주장하며 공사 발주를 거부하자, 매우 이례적으로 상급자인 담당 계장이 직접 공사를 발주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보수공사 공법을 놓고 이견이 있어 기술 감사를 진행 중”이라며 “현장 확인과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적절한 공법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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