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크게 늘어나 새 블루오션
전용 통장 출시 등 마케팅 치열
공단 밀집 지역인 서울 구로동의 기업은행 구로사랑지점은 내방고객의 절반 이상이 중국동포들이다. 이 곳에선 한국어와 중국어가 거의 공용어나 다름 없다. 지점에 들어서면 ‘글로벌 데스크’ 직원이 다가와 중국어로 “여권이나 여행자 등록증을 가지고 오셨냐”고 먼저 물을 정도다. 통역과 상품안내를 담당하는 정성월 계장은 “중국어로 친해지면 친구들을 더 데려오는 단골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170만명에 달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은행권의 새로운 ‘귀한 손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체 상태인 내국인 고객층과 달리, 외국인 거래 고객ㆍ계좌ㆍ잔고 모두 급증세여서 이들을 잡기 위한 갖가지 마케팅도 치열해 지고 있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우리, 외환, 국민, 기업, 농협 등 시중은행 6곳의 외국인 고객 수는 작년 11월말 현재 437만명 가량으로 전년말 대비 10.7%(약 42만4,000명)나 급증했다. 이들 은행의 외국인 전용 정기예금 계좌수(55만5,227개)와 잔고(1,693억8,000만원)도 지난해 1~11월 사이에만 각각 48.6%(10만8,543개), 79%(747억4,400만원)씩 대폭 증가했다.
외국인 고객들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은행들은 외국인 친화적인 지점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외국인 특화지점은 물론, 일반 영업점에도 외국인 전용데스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외환은행은 경기 안산시 원곡동, 의정부 등지에 11개의 일요 영업점과 2곳의 일요 송금센터를 운영 중이고, 우리은행도 2012년부터 지점 5개와 송금센터 2곳을 설치한 것은 물론 9개의 일반 영업점에 외국인전용데스크를 설치했다. 지점 방문이 어려운 고객을 대상으로 은행들은 인터넷뱅킹을 다국적 언어로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콜센터에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인 등을 상담원으로 채용하는 것 역시 보편적인 추세다. 심지어 외국인고객 전용 정기예금통장이나 급여통장도 별도로 등장했을 정도다. 한 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 번 입국하면 적어도 5년 이상 머무르고, 본국으로 돌아갔다가도 몇 년 이내에 재입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고객군”이라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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