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집은 거의 창고가 되어 가고 있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휑하니 거의 비어 있었는데, 가구와 가전제품이 하나둘씩 늘고, 가족 수도 늘고, 책도 많아지면서 점점 비좁아졌다. 수납장과 박스 등을 활용해 정리해 봐도 영 신통치 않다. 낡은 물건들을 많이 버렸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 당장에 쓸모가 적어도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있고, 물건 구입하는 걸 줄여보지만 계속 늘어나는 품목이 있다. 여기저기서 얻어 온 유아용품, 장난감들을 여기저기 쌓아 놓아서 지저분하기도 하다. 아이들이 어지르고 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집이 엉망이 된다.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해봐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한 평 반짜리 고시원, 서너 평짜리 자취방, 둘씩 함께 쓰는 기숙사 방들을 봤던 기억이 난다. 최소한의 것들로 꾸려진 공간 말이다. 꿈과 젊음이 아니라면 그 협소한 공간들을 견디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희망을 품는데, 사랑을 나누는데, 멋진 상상에 빠지는데 넓고 쾌적한 공간이 꼭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불편함과 부족함을 스스로 채워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좁은 공간을 변화시키고도 남는다. 우리 집을 창고로 인식하게 된 내 마음속에는 현재 생활에 대한 불만과 그런 감정을 극복하기 어려운 내 자신에 대한 못마땅함이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개성을 지켜갈 용기와 자신감이 있을 때 삶의 공간도 의미 있게 꾸려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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