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반이슬람 집회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반이슬람 반대자들의 집회가 잇따르면서 독일이 반이슬람 가치관의 충돌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독일 드레스덴의 반이슬람 단체인 ‘서구 이슬람주의에 반대하는 애국적인 유럽인들 모임’(PEGIDA)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서구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지난 5일에는 1만8,000여 명의 사람들이 드레스덴에서 열린 반이슬람 집회에 참가했다. 이는 PEGIDA 집회가 처음 등장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달 22일 1만7,500여 명이 참여했던 집회보다 500 명 가량 증가했다. 또 베를린, 쾰른, 드레스덴, 슈투트가르트에서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참가한 유사 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맞불 성격의 집회도 나타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베를린에서 5,000여 명의 PEGIDA 반대 집회자들이 모여 수백 명의 PEGIDA 지지자들이 당초 계획했던 행진을 가로막았다. 쾰른에서는 200여 명의 PEGIDA 지지자들이 모인 반면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수천 명에 이르렀다. 슈투트가르트, 문스터, 함부르크에서는 총 2만2,000여 명의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모였다.
쾰른의 대성당은 실외등을 소등하며 반대 집회에 동참하고 있다. PEGIDA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그들이 “극단주의자”를 지지하고 있는 중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쾰른 대성당 주임 사제인 노베르타 펠드호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소등은 항의의 의미라기보다는 많은 보수적 기독교인들이 그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DPA통신에 따르면 쾰른 도심부에 위치한 주요 건물들과 라인강 다리들의 실외등도 소등에 동참했다. 위르겐 로터스쾰른 시장은 “반대집회는 수많은 쾰른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민주주의 징표”라며 “극우주의자들, 인종혐오주의자들과 거리를 두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은 드레스덴에 위치한 제조공장의 소등을 지속하며 "열려있는, 자유와 민주적 사회"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독일 정치가들은 PEGIDA 집회를 강하게 비난하며, 국민들 사이에 퍼져나가는 반이슬람 내지 반이민주의 정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신년사에서 "편견과 냉대, 증오에 찬" 집회에 참가하지 말 것을 국민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카트린 오에텔 PEGIDA 대표는 "난민 정책과 존재하지도 않는 이민정책에 대한 우리의 정당한 비판 때문에 모든 주요 정당과 미디어로부터 인종주의자 혹은 나치라고 불리며 모욕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독일 주간지 슈테른은 독일 국민 13%가 거주지 근처에서 반이슬람 집회가 열린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보도하는 등 독일 내 반이슬람 집회와 반대 집회 충돌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세희 인턴기자(이화여대 사회생활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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