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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나라에 살고 있을까... 한국전쟁 때 사라진 정태병 작가 전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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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나라에 살고 있을까... 한국전쟁 때 사라진 정태병 작가 전집 출간

입력
2015.01.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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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신춘문예로 등당한

광주ㆍ전남 지역 첫 동화작가

동화 20편ㆍ동시 등 29편 수록

아동용 동화집도 함께 펴내

전남 영광 출신으로 한국전쟁 때 행방불명된 작가 정태병씨. 소명출판사 제공
전남 영광 출신으로 한국전쟁 때 행방불명된 작가 정태병씨. 소명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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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때 홀연히 사라진 동화작가 정태병씨의 전집(소명출판)이 출간됐다. 아동 문학사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작가 중 광주?전남 지역의 작가와 작품을 찾아서 정리해온 이동순 조선대 자유전공학부 조교수의 세 번째 결과물이다. 이 교수는 “정태병 작가는 해방기의 혼란과 한국전쟁으로 인하여 문학적 성과가 사장되었고 한국전쟁기에 행방불명됨으로써 문단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며 “생물학적인 존재는 사라지고 없을지라도 그가 남긴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 문학적 성과를 집성하고 문학사적인 위치를 부여”하기 위해 책을 냈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인 1916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난 정씨는 1939년 매일신보 신춘문예에 동화 ‘일남이의 그림’이 당선돼 등단, 광주?전남 최초의 동화작가로 기록됐다. 서점 ‘풀잎사’를 운영하면서 동시에도 관심을 갖고 작품을 써온 그는 해방 이후 조선문학가동맹의 아동문학분과 위원으로도 활동했으나 한국전쟁 때 서울에서 종적을 감춘다. 전집에는 작가가 생전에 쓴 것으로 확인된 동화 20여편과 동시, 창작민화, 시, 평론 등 총 29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정태병 작가의 동화는 하나같이 따뜻하고 소박하다. 한반도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었음에도 작품에서 특정한 이념이나 계도, 교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등단작인 ‘일남이의 그림’은 백 가지를 가르쳐도 두어 마디를 겨우 알아 듣는 ‘바보’ 일남이의 이야기다. 부모들이 엉망이라 판단한 일남이의 그림은, 그러나 임금님의 눈에 띄면서 높은 가치를 인정 받게 된다. 아동 인권이 전무했던 시기에 어른의 잣대로 어린이를 재단하는 것을 경계하는 작가의 생각이 뚜렷이 새겨져 있다. 동시 ‘추풍부’는 일제 치하에서 강제 징용됐던 젊은이들에 대한 애달픈 심정을 노래한 작품으로, 곡이 붙어 영광 지역에서 구전 동요처럼 불렸다.

책 뒤편에는 정씨가 광복 직후인 1946년 최초로 조선의 동요를 집대성해 출판한 ‘조선동요전집’의 전문이 실렸다. 이 교수는 “일제치하에서 ‘노래에 주린’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노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문학적 정서 교육을 시키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라고 풀이했다. 전집 발간에 맞춰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쉽게 다듬은 ‘정태병 동화집’도 함께 출간됐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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