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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간호인력 대량 해고 줄 잇는데 정부는 '나몰라라'

입력
2015.01.0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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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명가량이 무기계약직 대상 지자체 인건비 등 우려 전환 꺼려

취약층 보호·일자리 창출 구호 무색 간호협회·해고자들 반발도 거세

부산시 14개 자치구는 지난해 말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170명의 방문간호인력(간호사ㆍ운동처방사ㆍ영양사ㆍ치위생사ㆍ물리치료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지난해까지 2년 이상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한 방문간호인력은 올해부터 계약기간에 제한이 없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졸지에 실직 위험에 처한 상당수는 시가 무기계약직 대신 제시한 시간선택제 공무원 채용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24명은 최종 해고됐다. 해고를 택한 동래구보건소 김재민 운동처방사는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과 달리 시간선택제는 계약기간이 최장 5년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보장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약 2,000명으로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 방문간호인력의 상당수가 시간선택제로 내몰리거나 해고돼 집단 소송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2년 이상 상시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키로 한 정부 방침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는데도 정부는 기초자치단체의 권한이라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다.

5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인 방문간호인력이 부산에서 24명이 해고된 것 외에 충남에서도 160명의 기간제 방문간호인력 중 23명이 해고됐다. 나머지 인력은 부산과 마찬가지로 시간선택제 또는 기간제로 재계약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에선 총 727명의 방문간호인력 중 440명이 기간제(지난해 9월 기준)인데 노원구가 5일 1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것 외에 전환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로구 등 다른 자치구들은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정부 방침을 무시하고 1년만 계약연장을 한 상황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해고는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도 배치된다며 반발했다. 부산지역 해고자 중 20명은 지난달 30일 서구 등 7개 자치구 구청장들을 상대로 부산지방법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법원에 자신들이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인정해 달라고 하는 한편, 7개구의 보건소가 신규 인력 충원을 위해 낸 기간제 방문관리사 채용공고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2007년 의료취약계층 보호와 일자리 창출 등을 목적으로 방문건강관리사업을 시작한 보건복지부는 2013년 방문간호인력을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으로 분류했다. 상시 업무를 하는 이들에 대해 매년 계약을 갱신할 필요 없이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지난해 9월 기준 전국 방문간호인력 4,600명 가운데 65%인 3,021명이 기간제인데, 전국민주연합노조 이경수 교육선전부장은 “적어도 2,000명 정도가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노골적으로 정부 방침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국민주연합노조는 “지난해 11월 부산시 14개 자치구 담당 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사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고, 총액인건비가 초과되기 때문에 전환 여력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해고가 어려워지면 근태 관리가 안 된다’는 이유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달 무기계약직 전환 협조 공문을 각 지자체에 발송했으나 관련 사업 주체가 기초단체인만큼 정부가 전환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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