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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페리니의 실화 "가장 힘든 건 존엄성 말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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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페리니의 실화 "가장 힘든 건 존엄성 말살이었다"

입력
2015.01.0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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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잠페리니(오른쪽)와 앤젤리나 졸리.
루이 잠페리니(오른쪽)와 앤젤리나 졸리.

영화 ‘언브로큰’은 최근 한국에서도 출간된 로라 힐렌브랜드의 동명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긴 것이다. 2000년 출간돼 185주간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로 선정됐던 이 책은 저자가 루이 잠페리니와 그의 공군 동료, 주위 지인, 전쟁포로, 일본 수용소 관리자 등을 만나며 8년간 모은 자료를 토대로 썼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19세에 최연소 미국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로 뽑혀 베를린올림픽에 출전해 히틀러의 관심을 받았던 경험,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죽을 뻔하다 살아난 우여곡절, 분노와 증오를 버리고 용서와 구원을 택한 종교적 체험 등이 책에 담겼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그는 동료 10명과 함께 바다 위에서 수색 작업을 하던 중 전투기 추락 사고를 당했다. 동료 2명과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은 그는 새를 잡아 먹고 남은 고기 덩어리로 낚시를 하며 47일을 버텼다. 일본군 전투기의 공격에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에도 무사히 목숨을 지켜 냈지만 두 동료 중 한 명은 33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진정한 고난은 바다에서 구조된 뒤 찾아왔다. 일본군의 포로가 된 것이다. 온갖 고문과 폭행이 이어졌다. 원작에는 일본군이 포로들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하고 인육을 먹이는 등 잔혹한 묘사가 많이 나오지만 영화에선 생략됐다. 잠페리니는 생전의 인터뷰에서 육상선수 경험이 고통을 버티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가장 힘든 건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존엄성을 말살하려는 시도였다”고 말했다.

잠페리니는 종전 후 고국으로 돌아온 뒤의 삶도 평탄치 않았다. 알코올 중독에 빠져 폐인처럼 지내다 이혼 위기까지 갔다. 결국 종교의 도움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은 그는 부동산업에 종사하며 90대까지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가해자를 용서하기 위해 일본을 다시 찾기도 했다. 잠페리니는 1998년 81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참여했다. 당시 일본에 머물며 수용소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와타나베 무쓰히로에게 만남을 요청했지만 끝내 거절 당했다. 1917년 태어난 그는 지난해 7월 영화의 완성을 못 본 채 폐렴으로 97년의 생을 마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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