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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엄마를 나눈다면

입력
2015.01.0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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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넷이나 낳고 보니 여러 개의 엄마가 필요하다. 손과 발이 부족하고 시간도 에너지도 부족하다. 제일 먼저 남편이, 가까운 곳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고모와 삼촌이, 도우미와 이웃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도 엄마는 피곤하고 잠이 모자라고 퉁퉁 붇는다. ‘엄마 이리와, 엄마 내꺼야’ 잠꼬대를 하는 아이 옆에 누워서 엄마를 나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망상에 젖어본다. 머리 몸통 팔다리로? 감정과 이성으로? 밥하는 엄마와 일하는 엄마로? 다정한 엄마와 잔소리하는 엄마로? 즐거운 엄마와 신경질 내는 엄마로? 무한히 나눠지는 말도 안 되는 엄마들. 종종 큰딸이, 엄마 표정이 왜 그래? 웃어봐, 하고 요구한다. 억지로 웃자면 정말 웃긴다. 엄마를 나누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그 많은 엄마들이 다 어떻게 했을까. 엄마를 나누지도 못하고 둘씩, 셋씩 어떻게 키웠을까. 하나를 낳아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엄마는 위대하다는 말을 엄마는 말도 안 된다는 말로, 엄마는 불가능하다는 말로 바꾸고 싶을 때가 많다. 인내와 사랑으로 다할 수 없는 말들이 그 안에 꾹꾹 눌려 있다. 간혹 방언이 터져 나올 때도 있다. 한숨이나 욕설과 함께. 세상에는 그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많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해서 위로가 안 된다. 눈물을 콕콕 찍고 있자니 한심하다. 새해에는 좋은 엄마가 되어 보자, 는 다짐을 지켜낼 수 있을까. 내일도 엄마는 부족하고 모레도 엄마는 모자랄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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