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의 양은 늘었지만, 질은 점점 악화하고 있는 현실이 통계로 재확인 됐다. 기업 투자에 기반한 양질의 일자리보다는 정부 고용확대책에 따른 임시ㆍ비정규 일자리가 고용을 주도한 결과다. 어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신규취업자는 월평균 54만3,000명이 증가했다. 따라서 12월 통계가 40만명 이상만 돼도 연간 기준 월평균 53만명 대에 이르러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규취업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7만2,000명 감소한 걸 저점으로 매년 35~40만명 증가하는 정도였으나, 지난해 1월부터 70만5,000명을 기록하면서 크게 호전됐다. 2013년 64.4%였던 고용률도 1년 만에 65.3%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생산주력계층인 30대 취업자는 오히려 2만명 정도 감소했다. 50대와 60대가 각각 24만1,000명과 20만명 늘어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젊은이들의 생애주기형 취업보다는 장년 은퇴자의 비정규직 재취업 등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20대 역시 5만8,000명 늘었으나 주로 아르바이트와 인턴, 비정규직이 증가세를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같은 기간 비정규직 근로자수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32.4%인 607만7,000명에 달해 사상 처음 600만명을 돌파했다.
비정규직 고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적 상황에서 남은 문제는 전체 고용의 질을 어떻게 개선하느냐다. 가장 좋은 건 경기회복세가 나타나 양질의 고용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이지만 올해 역시 경기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서비스업 활성화 등 구조개혁을 통한 새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핵심 규제완화 과제부터 과감히 처리하는 게 우선이다.
고용의 질 개선을 위한 차선책은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일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2008년 134만9,000원에서 2013년 158만1,000원으로 커졌다. 평균근속기간도 각각 7년1개월과 2년6개월로 벌어진 상태다. 따라서 정부의 방향대로 정규직과 기업의 양보를 통해 비정규직의 고용여건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만 하는 건 분명하다. 문제는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중심으로 오는 3월까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논의키로 한 노사정위원회부터 난항인 현실이다. 당장 비정규직 근로자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문제만 해도 노측은 비정규직 양산을, 사측은 비용 상승을 우려하며 모두 반대하고 있다. 각자 기득권만 고집하다간 비정규직이 증가하면서 고용의 전반적 질이 추락하는 악순환만 가속화할 뿐이다. 노사정위원회는 이런 점을 감안해 현안 별로 타협 가능한 절충점부터 시급히 도출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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