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돼 있으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봐왔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란에 오면 우리의 자주(independence)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여기던 시절은 지났다.”
이란의 온건파 개혁주의 지도자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4일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성장과 고용 창출 행사 개막 연설에서 수십 년간 국제사회 제재 등으로 상처 입은 이란 경제가 회생하려면 국제적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정치를 위해 경제가 희생해왔다”며 “한 번쯤 반대로 국내 정치와 외교가 경제를 위해 희생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 경제는 (정부가)독점하는 한 번영하지 않을 것”이라며 “독점을 끝내고 경쟁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가 투명해지면 부패와도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임 1년 반이 다가오는 로하니의 발언은 경제살리기를 국정 최대 과제로 삼겠다는 지금까지의 기조에 흔들림이 없음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2, 2013년 연속 5.6%, 1.7%의 마이너스 성장을 해온 이란은 이 같은 로하니의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1.5% 성장한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는 추산하고 있다. IMF는 최근 유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올해도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로하니 대통령은 경제 사회 정치 등 모든 분야의 개혁을 위해 보수파가 장악한 의회에서 입법을 추진하는 대신 주민투표를 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를 이란 핵 협상 타결을 위해 주민 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는 의미를 포함한 것으로 해석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핵 협상의 쟁점 중 하나인 원심분리기 감축 문제와 관련해 “지금 이 순간 필요하지 않은 수준의 (우라늄)농축을 중단하는 것이 우리 원칙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우리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원심분리기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란 핵 협상은 오는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재개될 예정이다. 당초 지난해 11월 말 타결을 목표로 했던 이 협상은 3월 말까지 핵심 사안에 합의하고, 6월 말까지 최종 타결짓는 것으로 연장됐다. 미국 등 서방은 경제 제재 해제에 대한 대가로 이란에 원심분리기 감축, 우라늄 농축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자국에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권리를 보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선 제재 해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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