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를 상대로 불량 함대공미사일(SM-2) 보상 협상을 벌이고 있는 우리 정부가 미국이 보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800만 달러의 잔금 지급을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전례 없는 강경대응이 미국산 무기의 ‘호갱님’ 신세를 면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등에 따르면 해군은 2010년 5월 도입한 미국산 SM-2 발사훈련 과정에서 제품결함으로 인한 오작동을 확인했다. SM-2는 한국형구축함(KDX)에 탑재해 적 항공기를 격추하는 유도무기로, 1발당 가격은 177만 달러(약 19억원)이며 모두 84발을 도입했다.
방위사업청은 이에 지난해까지 4년간 미국 해군 당국에 항의서신 발송 등 11차례 이의를 제기하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측은 “정부보증구매(FMS)로 수출한 무기의 발사 실패를 보상한 경우가 없다”며 “미사일 1발당 6억6,000만원의 추가계약을 체결하면 앞으로는 보상해 주겠다”고 버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3월 열릴 미국 측과의 사업관리회의에서 잔금 지급 거부를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전체 계약금 1억5,700만 달러(1,735억원) 가운데 이미 지불한 1억4,900만 달러를 제외한 800만 달러의 지불을 유예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4일 “SM-2 제작사(레이시온)에서도 결함에 따른 보상을 수용했지만 미 정부가 버티고 있다”며 “FMS 방식 무기 도입에 중요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도 2015년 국방예산 심사과정에서 “미국 측과 소송도 불사해 반드시 해결하라”며 강경한 입장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향후 구매수락서(LOA)를 맺을 때 ‘분쟁 발생시 소송 없이 상호 협의한다’는 조항을 ‘미 측의 책임이 명확한 경우 하자보상을 의무화한다’로 바꿀 계획이다. 한국은 2009년부터 5년간 미국으로부터 모두 38억2,400만 달러(4조2,200억 원)의 규모의 무기를 도입, 호주에 이은 제2위의 미국산 무기 도입국에 올랐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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