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 광화문에 첫 점포 개설
자산가만이 아닌 일반 고객에 은행·증권 직원이 공동 상담
신한·하나 등 다른 금융사들 '무늬만 복합' 탈피해 변신 나서
NH농협금융지주는 5일 서울 광화문에 은행과 증권의 복합점포 ‘NH농협금융 플러스센터’의 문을 연다.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이 은행ㆍ증권 간 칸막이 제거를 골자로 하는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데 따른 금융권 첫 작품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복합점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적지 않았다.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복합점포는 사실상 복합점포라고 할 수 없다. 진짜 복합점포를 선보이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실제 동화면세점 빌딩 1,188㎡(360평) 규모 한 개층(10층)을 통째로 사용하는 이 점포엔 은행과 증권의 칸막이가 전혀 없다. 대신 최소 4명부터 많게는 10여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공동상담실이 8개가 설치됐다. 고객들은 은행과 증권 직원이 함께 배석한 가운데 자산 운용을 어떻게 할 지 공동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특징은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일반 고객들도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금융자산이 최소 수억원에 달하는 고액자산가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 타 금융사의 복합점포와는 다르다. 농협금융은 광화문에 이어 여의도, 강남, 부산 등의 순으로 빠르게 복합점포를 개설해 올해 최대 10개 가량의 점포를 낸다는 계획이다.
금융권의 복합점포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미 신한, KB, 하나, 농협 등 7개 금융사가 60여개의 복합점포를 운영하고 있지만, 업권 간 칸막이 탓에 ‘무늬만 복합점포’라는 평이 적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없어진 올해를 진정한 복합점포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복합점포 내에서도 은행과 증권의 업무 공간은 분리하도록 했던 규제가 없어졌고, 고객 동의 하에 은행과 증권의 정보 공유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복합점포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금융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농협금융보다 먼저 복합점포에 발을 들여놓은 다른 금융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2012년부터 은행과 증권의 PB센터를 동일 공간에 배치한 복합점포 PWM센터 25곳을 운영 중인 신한금융은 발 빠른 변신을 추진 중이다. 계열사간 고객 정보 공유 등에 대한 내부 통제 규정을 마련해 손질 중이며, PWM센터 대상 고객을 확대하고 점포를 추가 개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기존 복합점포 시스템에 제도 변화만 반영하면 되기 때문에 훨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30곳의 복합점포를 운영 중인 하나은행도 올해 13개의 추가 점포를 개설할 예정이며, IBK기업은행 역시 IBK투자증권과 손 잡고 4곳의 복합점포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행보에 비해서 효과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우선 보험업계의 반발로 보험은 일단 제외가 되면서 복합점포가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또 농협금융처럼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복합점포의 특성 상 결국 ‘부자들을 위한 점포’가 될 공산이 큰 것도 사실이다. 고객정보 공유에 따른 부작용도 해소해야 할 대목이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큰 그림만 제시된 상황에서 금융권의 복합점포 확대는 당장 지점 통폐합과 같은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큰 수익성 제고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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