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압수기간, 교사 따라 큰 차, 두발·복장 '수치 명시'도 다시 생겨
단속 교사와의 갈등 등 부작용 "학생 의견 수렴해 교칙 만들어야"
서울 A중학교 학생들은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지난달 초 등교할 때 외투를 모두 벗고 교문을 통과해야 했다. 이 학교는 교실 내에서도 추위의 정도와 관계 없이 외투를 입는 것을 학칙으로 금하고 있다. 실내에서 외투를 착용하고 싶다면 의사의 진단서를 학생자치부에 제출한 뒤 ‘외투 착용 허용증’을 발급 받아야 한다.
B고등학교의 교칙에는 학생의 휴대폰을 수업 전 모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제출한 휴대폰이 파손되거나 분실되더라도 책임은 소유 학생에게 있다. 또 휴대폰을 미제출하거나 수업 중 소유한 것이 적발될 경우 학교가 압수 보관하며 압수 기간은 교사 재량으로 정해진다. 이렇다 보니 압수 기간은 반나절부터 한달까지 교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4일 좋은교사운동이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이 학생들과 함께 실시한 교칙 분석 내용과 서울 지역 22개 고교 교칙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신체나 사생활 통제를 위한 비합리적인 교칙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학생 의견이 배제된 채 만들어진 불합리한 교칙이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들 간의 소모적인 갈등과 스트레스를 불러 온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두발ㆍ복장에 관한 교칙이다. 여학생의 머리카락이 어깨 선을 넘으면 묶도록 하고 교복 상의 단추는 항상 채우도록 강제하는 학교가 많았다. 치마는 무릎선 중간까지 와야 하고 주름은 몇 ㎝까지 박아야 한다는 식의,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없어졌던 ‘수치 명시’ 관행이 다시 부활한 학교도 22개 고교 가운데 8개교나 됐다. 또 스타킹은 살색만, 양말은 흰색만 착용할 수 있으며 외투와 구두까지 교복과 함께 맞추도록 강요하는 학교도 있다. 이밖에 선크림이나 립밤 등까지도 금지하는 화장품 사용 제한 규정, 반지 목걸이 귀걸이 등의 액세서리 착용 제한 규정, 미제출 휴대전화 압수 규정 등이 불합리한 것으로 꼽혔다.
좋은교사운동이 전국의 학생 736명과 교사 364명을 대상으로 가장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교칙을 묻는 설문에 학생의 56%, 교사의 39%가 교복이나 외투에 관한 규정이라고 답했을 정도로 불만이 높았다. 추운 날씨에도 교문을 통과할 때 외투를 벗도록 하고, 실내에서는 외투 착용을 금지한 교칙은 당초 취지인 학업과 탈선 방지 등에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학생은 “학교는 교칙에 대해 제대로 된 안내나 통보가 없었고, 왜 이런 교칙이 생겼는지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도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지만 너무 세세하게 통제해 반발이 생긴다”며 “문제가 되는 복장 불량도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교칙을 만들면 스스로 자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합리한 교칙이 불러오는 부작용은 적지 않다. 학생자치회나 선도부 등의 이름으로 교칙 집행을 위임 받은 학생과 단속된 학생 간의 갈등이 야기되기도 하고, 교칙에 대한 교사들의 태도가 일관되지 않은 탓에 차별 논란이 학생들 사이에서 불거지는 경우도 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교사들 역시 자신도 납득하기 어려운 교칙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에 심리적 갈등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칙 제ㆍ개정 과정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항규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는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학교 내 모든 구성원의 실질적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학교 교칙이 온전한 학교규범으로 효력을 가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ㆍ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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