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결과는 만족ㆍ내용은 물음표
울리 슈틸리케(61ㆍ독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했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평가전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경기의 결과와 내용이 모두 중요하다”고 말했다.
슈틸리케호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1960년 서울 대회 이후 55년 만에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69위)은 이날 호주 시드니 퍼텍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102위)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2-0으로 이겼다. 후반 22분 오사마 하우사위의 자책골에 힘입어 기선을 잡은 한국은 후반 47분 이정협(상주 상무)의 A매치 데뷔골 터지며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한국은 사우디와의 역대 상대 전적에서 5승7무5패로 균형을 맞췄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사우디와의 최종 평가전을 마친 한국은 6일 조별리그 1, 2차전이 열리는 캔버라로 이동한다. 한국은 10일 오만, 13일 쿠웨이트(이상 캔버라), 17일 호주(브리즈번)와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를 치른다.
불만족 플랜B
슈틸리케 감독은 사우디전에서 플랜B를 가동했다. 베스트11 중 이청용(볼턴)과 남태희(레퀴야), 차두리(서울)를 선발에서 제외했고, 이날 오전 대표팀에 합류한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겐 휴식을 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사우디전을 통해 주전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전술을 테스트했다.
‘중동 킬러’ 이근호(엘자이시)가 최전방에 나섰고, 좌우 측면 공격은 손흥민(레버쿠젠)과 조영철(카타르SC)이 맡았다. 처진 스트라이커로는 구자철(마인츠)이 낙점됐다.
미드필더와 왼쪽 측면 수비가 가능한 박주호(마인츠)는 한국영(카타르SC)과 함께 중원을 책임졌다. 좌우 풀백에는 김진수(호펜하임)와 김창수(가시와 레이솔)가, 중앙 수비는 장현수(광저우 푸리)와 김주영(FC서울)이 선발로 나섰다. 골키퍼 장갑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꼈다.
한국은 전반에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압박도 느슨했다. 최근 바레인과의 평가전에서 1-4 패한 사우디의 허술한 수비 라인을 좀처럼 공략하지 못했다.
손흥민과 김진현, 두 선수만 빛났다. 손흥민은 전반 17분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왼발 중거리 슛을 날렸다. 전반 23분과 전반 37분에도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대포알 슛을 터뜨렸다.
정성룡(수원), 김승규(울산)를 따돌리고 주전 수문장으로 나선 김진현은 안정적으로 골문을 지켰다. 김진현은 전반 29분 알 아베드의 오버헤드킥을 몸을 날려 막아내는 슈퍼 세이브를 펼쳤다.
떴다, 이정협
졸전 끝에 전반을 0-0으로 마친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대대적인 선수 교체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근호, 구자철, 김진수, 김진현을 빼고 남태희, 한교원(전북), 이명주(알아인), 김승규를 투입했다.
남태희는 처진 스트라이커 위치에서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었고, 한교원은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한국은 후반 22분 행운의 자책골로 승기를 잡았다. 손흥민의 왼쪽 측면 프리킥을 중앙 수비수 장현수가 헤딩으로 연결하려던 순간 사우디의 수비수 하우사위의 몸에 볼이 먼저 맞으면서 자책골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7분 조영철 대신 자신이 발탁한 이정협에게 기회를 줬다. 이정협은 후반 47분 왼쪽 측면에서 김창수가 내준 크로스를 골로 연결하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에 볼키핑 난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에는 패스가 좋아지면서 평소와 같은 즐거운 축구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정협에 대해선 “20분을 남기고 이정협을 투입했는데 적절한 시점에서 잘 투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정협이 투입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골이 나왔다”고 칭찬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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