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현대건설·GS건설 등 올해 국내 주택 분양 크게 늘려
삼성물산은 호주·북미 주력 대우건설, 알제리 본부 신설
작년 연초 대형 건설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해외시장 역량 강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국내 건설산업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발표한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2013년 527억달러에서 지난해 482억달러로 8.5%가 줄었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이 받은 타격은 크지 않았다. 10대 건설사의 작년 1~3분기 영업이익은 1조7,12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961억원)에 비해 40% 넘게 증가했다. 해외시장의 부진을 국내 주택 부문에서 만회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에 따른 신규 분양 열기가 이어지면서 작년 대형사들의 주택 분양은 전년 대비 60% 가량 급증했다.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물갈이된 재작년과 달리 작년 연말 인사에서는`10대 건설사 CEO 모두 자리를 유지한 것도 이 덕분이었다.
재신임을 받고 새해를 맞이하는 건설사 CEO들의 고민도 여기서 출발하고 있다. 국내외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내시장이냐, 해외시장이냐’의 선택이 점점 더 쉽지 않아지고 있는 탓이다.
일단 상당수 대형 건설업체들은 올해 해외사업보다 국내 주택사업 부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저유가로 인한 중동국가 등의 재정지출 감소 등 해외시장에서의 어려움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국내 주택부문은 올해도 어느 정도 회복세가 이어질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 4일 주택협회에 따르면 66개 회원사의 올해 주택 분양 예상물량을 집계한 결과 작년(13만5,055가구)보다 36.3%가 늘어난 18만4,134가구로 2010년(22만2,438가구)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건설사 중 최대인 2만5,811가구의 주택 분양 예상물량을 잡은 대림산업이 대표적이다. 전무급이던 건축사업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하고 주택뿐 아니라 호텔과 민자발전사업 등 국내 건축 주택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내년 3월 정수현 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현대건설도 작년 말 10년 만에 지역주택조합사업에 뛰어드는 등 주택시장 강화에 힘쓰고 있다. 포스코건설 황태현 사장은 신년사에서 “아파트 사업을 새로운 캐시카우(현금 창출원)화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GS건설 역시 작년 말 인사에서 주택부문 대표인 우무현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고, 현대엔지니어링은 올 1만 가구에 가까운 분양 계획을 세워놓았다.
반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삼성물산은 지난 연말 주택사업부를 빌딩사업부로 흡수 통합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고, 최치훈 사장의 신년사를 통해서도 글로벌 역량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업계에서는 호주와 북미 등 저유가 영향이 적은 해외시장을 개척해왔다는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대우건설 역시 원자력사업단과 알제리본부를 신설하는 등 해외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3년간 연평균 2만 가구 이상을 분양한 데다 주력인 오피스텔의 공급 과잉 우려가 높아지면서 주택 공급을 줄이는 대신 해외시장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평가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워낙 높기 때문에 건설사들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라며 “사업구조 개편 결과에 따라 건설사들의 운명이 갈리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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