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일 발동한 행정명령은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북한 정찰총국의 국제 금융거래를 봉쇄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또 미국이 북한 정권과 노동당 핵심 관계자에 대해 포괄적으로 금융제재를 내릴 수 있는 길도 열어놨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정찰총국과 그 외곽 조직인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조선단군무역회사와 함께 그와 관련된 10명이 제재대상으로 지정됐다. 개인 10명은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소속 지역담당인 길종훈 김광연 장성철 김영철 장용선 김규 류진 강룡, 조선단군무역회사 소속 김광춘, 북한 관리인 유광호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재무장관에게 국무장관과의 협의를 거쳐 북한 정부와 노동당의 간부 및 산하 기관과 단체들에 대해 포괄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이번 행정명령 이외에도 제2, 제3의 대북 보복 조치를 검토 중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내린 행정명령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 차이에 따라 전문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이 변화하기 전에는 관계개선이 없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는 미 정부 관계자와 보수 성향의 전문가들은 ‘의미 있는 제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당국자들은 “미국 조치에 따라 외국 정부와 금융기관들도 북한과의 거래에 주의할 것이므로 제재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미국이 제재를 하면 국제적 관심이 북한에 집중되고 국제금융사회에서 북한과의 거래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국제금융시스템에서 북한이 갈수록 고립될 것이라는 논리다.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 부책임자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전 세계 거래의 95%가 달러로 결제되며 미국 재무부가 통제하는 은행들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북한을 조준한 금융제재를 가한다면 큰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역시 “정부 관리와 당 간부 등 북한 정권 엘리트들을 직접 겨냥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 보다 중요한 의미”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미국 당국자를 인용, 이번 제재조치가 북한의 주요 외화 조달원인 무기 거래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평소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주장해온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제재조치는 정치적 필요성이 작동한 결과”라며 “실질적 제재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이 북한을 더욱 고립화하려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떻게 북한과의 신뢰구축 프로세스를 추진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 힘들다”며 미국의 조치가 향후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도 “이미 북한이 많은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제재가 실질적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겠다”며 “이번 제재의 주된 목적은 북한 정권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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