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문화원형 찾아 공유·확산, 상품화 연결 문화 마케팅 추진
한·중·일 문화교류 사업도 전기, 3국 시민 참여 프로그램 진행
“동아시아문화도시는 지역 문화가 세계로, 미래로 가는 또 하나의 길입니다. 올해는 그 길을 청주시가 열어갑니다. 지켜봐 주세요”
충북 청주시의 ‘2015동아시아문화도시’사업에 시동이 걸리면서 변광섭(49)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장은 요즘 눈코 뜰 새가 없다. 사업 기획과 교류업무를 총괄하는 그는 당장 이달 안으로 청주의 문화마케팅 사업 계획을 짜야 한다. 지역문화 브랜드 발굴 및 콘텐츠 개발, 글로벌 문화상품 개발, 각 문화도시간 교류ㆍ협력 방안 등을 총망라하는 계획안이다. 이 안이 나오는 대로 중국 일본의 각 문화도시 사무국이 한 자리에 모여 사업 일정을 확정한다.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시민위원회를 꾸리고, 동아시아 문화가치를 심층 연구하기 위해 중국ㆍ일본 전문가그룹과의 협의 체계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쏟아지는 과제로 지칠 법도 한데, 변 사무국장의 표정에는 여유와 함께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청주시와 시 산하기관, 예총 등 문화예술단체를 아우른 행정협의회를 구성한데 이어 구랍 30일 조직위원회가 성공리에 출범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어령(81) 전 문화부장관을 조직위 명예위원장으로 위촉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동아시아 문화계의 최고 석학이다. 팔순을 넘긴 지금도 한ㆍ중ㆍ일 비교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한ㆍ중ㆍ일 30인위원회’를 이끌면서 지칠 줄 모르는 창조적 문화아이콘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계 거목을 모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최근 공식적인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있던 이 전 장관은 명예위원장 자리를 완곡하게 고사했다. 하지만 동아시아문화도시 성공을 위해 이 전 장관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변 사무국장은 다섯 번이나 그를 찾았고, 결국 승낙을 받아냈다. 오고초려(五顧草廬)를 한 셈이다.
“고심하던 이 전 장관이 ‘이것이 나의 마지막 선물’이라며 위원장 자리를 수락했을 때, ‘아 이제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아시아 문화비전을 제시하고 연계사업을 이끈 분을 모셨으니 이 사업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변 사무국장은 “이제 최고의 석학이 건네주고 자문하는 격조 높은 아이디어를 토대로 청주시와 시민들이 살을 붙여 문화도시로 만들어가는 과정만 남았다”고 말했다.
변 사무국장은 동아시아문화도시를 지역에 알리는 일에도 주력할 참이다. 이 사업의 취지나 내용에 대해 정확히 아는 시민이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동아시아문화도시는 역사적으로 하나의 문화권인 한ㆍ중ㆍ일 3국이 문화교류로 상생의 미래세계를 열어가지는 취지로 지난해 시작됐다. 매년 3국 문화장관 회의에서 각국을 대표하는 도시를 하나씩 선정, 이들 도시간에 다양한 문화교류를 추진한다. 두 번째를 맞은 올해는 청주시와 중국 칭따오(靑島)시, 일본 니가타(新?)시가 대상 도시로 선정됐다.
이들 도시는 오는 2, 3월 중 서로 상호 방문하면서 개막 행사를 가진 뒤 12월 말 폐막 때까지 ▦학술행사 ▦공동연구 ▦전시 공연 ▦시민교류프로젝트 교류 등을 일년 내내 이어간다. 각종 행사에는 정부와 지자체, 지역 문화예술 단체, 시민사회 단체 등이 모두 참여한다. 시민들은 ‘한ㆍ중ㆍ일 창의학교’ ‘한ㆍ중ㆍ일 디자인프로젝트’같은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도시를 바꿔가는 작업에 함께 할 예정이다.
문화기획자로 명성을 쌓고 있는 변 사무국장은 청주가 세계적 문화도시로 이름난 칭따오, 니가타와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 문화적 자산을 지녔다고 자부한다. 그 만큼 청주의 문화적 밑천이 풍부하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 7월 통합청주시로 거듭나면서 지역의 문화적 역량과 환경이 한층 커졌다고 했다. 그는 “청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비롯해 세종대왕 초정행궁, 청주읍성, 가로수길, 상당산성, 청남대, 송시열, 신채호, 손병희 등 브랜드화할 문화자원이 무궁무진하다”며 “도시문화와 농경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환경도 큰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청주의 대표 문화브랜드를 특성화하는 전략과 관련해‘창조’와 ‘융성’의 관점을 강조했다. 지역문화를 보존과 향유의 관점에서 볼게 아니라 그 원형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스토리텔링으로 만든 뒤 상품성이 높은 아이템을 브랜드 및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콘텐츠를 축제 관광 음식 문화상품 도시공간 교육 스타마케팅 등 분야별로 특성화하면 문화적 일자리 창출이나 관광산업 발전 등 성과를 내고, 지역의 새로운 미래비전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변 사무국장은 “이번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은 이벤트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청주의 문화원형을 찾아 공유하고 확산하면서 상품화하는 길을 찾는 실질적인 문화마케팅으로 승화할 것”이라며 “아울러 청주의 문화적 가치를 전파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ㆍ사진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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