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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허약증이 아이들 키 성장 발목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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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허약증이 아이들 키 성장 발목 잡는다

입력
2015.01.0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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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치료 내원 어린이 환자 중

소화기 허약증이 30.4% 차지

음식 소화 안 되면 영양부족 초래

성장호르몬 분비도 함께 떨어져

치열한 경쟁사회인 한국에선 매사 ‘줄 세우기’이다. 대입시가 그렇고, 입사 경쟁이 그렇고, 고시 관문이 그렇다. 어린 자녀를 둔 대한민국 부모들은 그래서 자녀의 스펙 키우기에 일찌감치 뛰어든다. 겉으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외치면서도 우리 아들, 딸의 앞줄 세우기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린다. 학업 성적이 뒤진다면 고가 과외를, 얼굴이 고민이라면 성형수술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녀의 ‘작은 키’도 학업성적 못잖은 스트레스다. ‘얼굴은 고칠 수 있지만 키는 고칠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12살 이정우(가명)군의 엄마가 그렇다. 또래보다 유난히 작은 키의 아들을 볼 때마다 속상하다. 정우와 엄마에게 하루 세 차례 식사시간은 전쟁이다. 안 먹겠다고 버티는 아이를, 엄마는 어르고 달래서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안간힘이다.

작은 키의 원인은 다양하다. 키 성장에는 유전 이외에도 영양 상태, 숙면 등 생활습관, 질병의 유무 등이 두루 관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식욕부진, 소화불량, 과민성 대장증후군 같은 이른바 ‘소화기허약증’이 아이들의 키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부모들의 관심을 끈다. 성장전문 클리닉 하이키한의원(대표원장 박승만)이 성장치료를 위해 한의원을 찾은 8~14세 어린이 690명을 대상으로 성장방해 요인을 조사한 결과, 소화기 허약증이 30.4%로 가장 많았고, 이어 호흡기허약증(16.8%), 정신건강허약증(12.8%), 소아비만(11.3%)의 순이었다.

성장이 더딘 아이들 중에서 특별히 성장호르몬 수치가 낮은 경우는 19.5%, 알레르기로 확증 된 경우는 16.7%로 조사됐다.

소화기허약증은 영양 결핍을 부르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막아 키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박승만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은 “소화를 담당하는 내부 장기들이 허약할 경우 음식 먹기가 힘들고 흡수도 잘 안 되다 보니 영양이 부족해지고 성장호르몬 분비도 덩달아 떨어진다”고 했다. 특히 만성설사의 경우 음식물에서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함에 따라 영양결핍과 탈수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화기허약증을 앓는 아이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방에선 소화흡수를 담당하는 1차 관문인 비위의 기능을 끌어 올리는 한편, 장부 간 유기적인 협조기능을 회복시킴으로써 식욕 개선을 돕는 한약을 처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화기능이 좋지 않은 어린이를 치료했을 때 나타나는 공통적인 변화가 ‘얼굴색이 좋아지고 키가 많이 큰다는 것’이라고 한의사들은 입을 모은다.

박승만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은 “성장호르몬 분비량은 영양 상태와 운동, 수면 등에 따라 변화한다”며 “유전은 후천적 노력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하이키한의원 제공
박승만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은 “성장호르몬 분비량은 영양 상태와 운동, 수면 등에 따라 변화한다”며 “유전은 후천적 노력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하이키한의원 제공

박 원장은 “비위를 건강하게 하는 백출, 산약 등 한약재를 넣은 ‘건비성장탕’을 처방해 소화기질환 치료와 키 성장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며 “성장촉진물질(KI-180)을 함께 처방해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킨다”고 했다.

성장촉진물질 KI-180은 가시오가피, 두충, 천마 등 17종의 한약재에서 추출한 신물질이다. 하이키한의원이 한국식품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것으로, 2007년 특허 취득했다.

신물질의 효과는 실제 임상에서 확인됐다. 하이키한의원이 2006년 1월~2014년 10월 8년9개월 동안 한의원을 방문한 만 8~14세 어린이 중 1년 이상 치료한 690명(남 156ㆍ여 534명)을 분석한 결과, 성장호르몬(IGF-1) 분비가 여아 275.5ng/㎖→418.7ng/㎖로 52%, 남아 301.1ng/㎖→449.7ng/㎖로 49.4%가 각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장호르몬 증가율은 연평균 약 30%였다.

분석 결과, 가장 좋은 효과를 본 연평균 9㎝이상 큰 그룹(남 47ㆍ여 56명)에선 43.4%, 7㎝이상 큰 그룹(남 72ㆍ여 361명)은 31.5%, 5㎝ 큰 그룹(남 37ㆍ여 117명)은 14.6%가 각각 증가, 성장호르몬 증가에 비례해 키가 더 잘 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원 측은 앞서 지난해 8월, 신물질이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키 성장의 유의성을 입증하는 연구논문(주 저자 박승만 대표원장)을 한국식품과학회지에 발표했다.

또래 아이들 100명을 키 순서대로 세웠을 때 맨 앞에서부터 세 번째까지를 ‘저신장증’이라고 판정한다. 겨울방학을 맞아 늦잠 자고, 집안에 틀어박혀 간식을 자주 섭취하는 등 자녀들의 생활리듬이 깨지기 쉽다. 자녀의 키가 또래보다 작다면 방학기간 동안 소화기허약증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 것과 아울러 칼슘이 풍부한 음식 섭취, 하루 8시간 이상 숙면 등 키 성장에 이로운 생활습관을 실천토록 하는 것이 좋다. 박승만 원장은 “성장호르몬 분비량은 영양 상태와 운동, 수면 등에 따라 변화한다”며 “유전은 후천적 노력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k.co.kr

키 성장의 3박자, 숙면+영양+유산소 운동

키가 잘 크려면 밤 10시 이전 잠자리에 들고 8시간 이상 숙면을 취하도록 한다. 뼈는 잠자는 동안에만 자라나기 때문이다. 또 성장호르몬의 70%가 잠 잘 때 분비된다.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시간은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 취침 2시간 전에는 음식섭취를 삼가는 한편, 잠자리 들기 전 주위를 어둡게 한다. 잘 자라는 아이들은 수면 중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의 양도 많고 최대 분비 수치도 높다.

충분한 영양섭취도 필요하다. 특히 단백질이 풍부한 살코기와 칼슘이 많은 유제품을 매일 먹는 것이 좋다. 양질의 단백질을 많이 먹되, 성호르몬을 자극하는 음식은 피하도록 한다.

성장기에 하는 운동은 성장판을 자극해 키 크기에 도움이 된다. 운동을 하는 아이는 그렇지 않는 아이에 비해 성장판이 늦게 닫혀 더 많이 큰다. 성장판에 도움을 주는 운동은 줄넘기 농구 수영 스트레칭 등이다. 일주일에 3~5회, 적어도 30분 이상 땀이 맺히고 숨이 찰 정도로 한다. 역도 유도 기계체조 레슬링과 같은 성장판에 무리를 주는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매사 긍정적이고 잘 웃는 아이들이 키도 쑥쑥 잘 큰다. 높은 세로토닌과 엔돌핀 수치가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잔병치레는 성장호르몬 분비를 가로막는다. 성장호르몬은 면역력과 자연회복력에도 관계하기 때문에 병 치레 하는 동안엔 키도 덜 자란다.

휜다리나 측만증 등 체형 이상은 바른 성장을 방해한다. 성조숙증과 만성질환 역시 성장을 방해하므로 조기검진과 체질개선을 통해 건강을 되찾도록 노력한다.

송강섭기자 eric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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