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5년… 곳곳 악재 돌출
영업 규제 국가·도시 늘어
가업가치 1년새 10배↑
#미국 매사추세츠주 미들섹스 검찰은 지난달 18일 유사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 운전기사 알레한드로 돈(46)을 성폭행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돈은 지난달 6일 우버 차량을 이용해 귀가하려는 여성을 태운 후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해 성폭행했다. 지난달 5일에는 인도 뉴델리에서 우버 운전기사가 승객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 운전기사는 이전에 다른 여성을 성폭행했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전과자였다. 두 사건은 우버의 운전기사 신원 검증 과정이 얼마나 부실한지 고스란히 드러냈다.
#영국 런던에 사는 애비 매카시는 지난달 14일 우버 차량을 탔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런던 쇼어디치에서 뎃퍼드까지 출근하는데 길어야 30분인데 이날은 뜬금없이 런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택시에서 내렸을 때 요금은 무려 121.59파운드(약 20만6,000원).‘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낸 매카시는 자신의 트위터에 “26분 거리를 1시간이나 넘게 돌아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사실은 나중에 안 우버 측은 매카시에게 즉시 요금을 환불했다.
공유경제의 대표 주자인 우버가 역풍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운전기사들의 잇따른 강력 범죄와 승객 안전 미비를 우려한 영업규제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총체적 위기에 몰리는 것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우버가 직면한 각종 난관을 극복하고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늘어나는 영업 규제
우버 성장의 가장 큰 벽은 영업 규제다. 우버는 시장성이 높은 인구 1,000만명의 거대 도시 서울에서 규제를 넘는데 실패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19일 우버를 포함한 불법 택시 영업행위 신고자에게 2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켜 지난 2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우버는 신고포상제가 시행되더라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규제 당국과의 마찰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우버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한 스마트폰 앱을 이용, 승객과 차량을 연결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2009년 트래비스 코델 캘러닉 최고경영자가 창업해 이듬해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서비스를 개시했다. 창업 5년 만에 52개국 200개 도시에 진출했다. 그러나 택시기사처럼 엄격한 신원 검사를 거치지 않고 보험 가입을 요구하지 않아 안전성 우려와 사고 때 승객에 대한 보험사의 적절한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버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를 무시한 채 규제당국과 대립각을 세우자 우버의 영업을 규제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1일부터 우버를 금지한다고 지난달 15일 발표했다. 피에르 앙리 브랑데 내무부 대변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운전 기사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우버팝’을 이용하는 시민이 사고를 당하면 보호받지 못한다”면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며 승객에게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최근 우버 영업을 금지했고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는 영업 금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남미의 브라질과 콜롬비아에서도 우버 영업은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우버 운전기사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인도도 앱 기반 자동차서비스를 금지했다.
우버는 본사 소재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소송전에 휘말려 일각에서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CNN머니 등 외신들은 지난달 10일 조지 개스콘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과 재키 레이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지방검사장이 전날 캘리포니아주 상급법원에 우버 영업을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우버가 운전자의 신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고객들을 범죄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주장했다.
잇달아 터진 악재들
우버는 성폭력 사건 발생 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자격 있는 운전사들과 제휴하고 있으며 차량 추적 등 여러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도 성폭행 사건에서 보듯 운전사들이 과거 범죄를 숨기고 활동하면 제대로 걸러내기 어렵다. 우버 측은 “운전자 신분 검증 시스템에 생체 인식 기술, 거짓말 탐지기를 도입하고 위기상황 시 본사와 바로 연결되는 ‘핫라인’을 구축한다”며 보완책을 뒤늦게 내놓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매월 5만명의 신규 우버 운전사가 전세계에서 등록되고 있다.
우버의 가격 결정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15일 인질극이 벌어진 호주 시드니 상업지구에서 우버는 탑승자에게 기본요금 100 달러(11만원)를 내라고 요구했다. 정상 요금보다 4배 비쌌지만 급한 업무 등이 있었던 이용자들은 어쩔 수 없이 돈을 지불했다.
우버의 가격 결정은 수급에 따라 요금이 차등적으로 책정돼 궂은 날씨나 축제, 행사 시기에는 더 비싼 요금을 받는다. 당시 인질극으로 상업지구에서 빠져나가려는 사람이 몰리면서 수요가 많아지자 요금을 높게 책정한 것이다. 우버는 비싼 요금 부과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상업지구 탑승객이 무료로 차량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고 요금 납부 승객에게는 최대 165달러를 환급해줬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22일 우버가 이 요금체계를 특허 신청했다고 보도해 고가 요금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급성장 뒤에는 치밀한 로비가 뒷받침됐다는 폭로도 우버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해외 IT전문매체 ‘더 버지’는 지난 14일 “우버의 성공은 시장 경쟁 질서를 망가뜨리는 무자비한 전술도 한 몫 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우버는 미국 내 50개 도시를 아우르는 160여 명의 로비스트를 고용해 정치적 지지기반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예로 캘리포니아주 의원들에 지난 5개월 동안 약 47만5000달러(약 5억2,200만원)을 쏟아 부었다. 우버 임원은 회사에 대해 비판적 기사를 쓴 기자에게 폭언하고 뒷조사와 사찰을 하겠다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시장 전망 여전히 매력적
운전기사의 범죄 우려 등 증폭되는 논란에도 우버의 사업 전망은 여전히 밝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6일 “우버테크놀로지가 주식 발행으로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조달했고 조달가격을 근거로 산출된 기업 가치는 400억달러(약 43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2013년 우버의 기업가치는 35억달러 정도다. 1년 새 10배 이상 뛰었다. 지난달 12일에는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百度)가 우버테크놀로지에 6억달러(약 66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바이두는 우버테크놀로지와 합작해 중국 내에서 신종 택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우버의 사업성은 급증하는 하루 차량 서비스 대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우버의 지난해 하루 평균 운행 횟수는 100만회다. 2013년 하루 평균 운행 횟수는 12만1,000회로 8배 이상 증가했다.
밝은 사업 전망에도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재가 잇따르자 우버는 사회공헌 사업으로 눈을 돌려 실추된 이미지 만회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버는 “지난달 9일 결식아동돕기 운동을 벌여 이틀 만에 300만끼의 식사를 제공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전문가들은 사회공헌 활동은 일시적인 비난의 화살을 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택시업계 등 이해관계자, 규제당국과의 쟁점 협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의 틀 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우버와 함께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세계 최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좋은 전례가 될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와 공식 계약을 맺고 올해 2월부터 숙박비의 5%를 여행세로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에서는 처음이다. 경쟁자인 호텔과 숙박업소들은 에어비앤비가 숙박 매출에 따른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며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출해 왔다. 우버처럼 샌프란시스코가 본사인 에어비앤비의 전략은 세계로 사업을 확장하려면 현지법을 준수하며 제도권 내로 들어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공유경제처럼 원래 없던 비즈니스모델을 들고 나오는 벤처들은 기존 규범과 부딪히거나 피해나갈 생각을 하는 것보다, 세금을 내는 등의 방식으로 정면 돌파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이익”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프랑크푸르트에서부터 런던에 이르기까지 생계를 위협받는 택시업체들이 저항하고 있다”면서 “우버가 더 빠르게 성장하면서 넘어야 할 산도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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