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펠릿보다 싸고 열량 떨어져
목재 바이오연료인 우드펠릿(wood pellet) 수입이 급격히 증가한 지난해 왕겨가 섞인 저질 펠릿이 검역과정에서 수십 건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속칭 ‘왕겨펠릿’은 육안으로 판별하는 것이 쉽지 않아 불법 왕겨펠릿이 국내에서 유통됐을 가능성이 크다.
1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김제남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우드펠릿 수입 및 검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검역에서 적발된 왕겨펠릿은 34건이고, 무게는 2만2,800여톤에 달한다. 이중 14건은 수입국으로 반송됐고 나머지는 폐기나 반송이 진행 중이다. 우드펠릿은 2009년부터 수입이 본격화했지만 왕겨펠릿이 검역에서 적발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수입국 별로는 쌀 주산지인 베트남에서 들여온 왕겨펠릿이 31건(2만2,300톤)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말레이시아(3건)와 태국(2건) 산도 간혹 있었다. 수입업체 중에서는 중소기업 A사가 23건으로 가장 많이 적발됐다. A사는 왕겨펠릿 사용 의혹(본보 2014년 11월 14일 21면)을 받는 한국전력공사 발전자회사 화력발전소에도 우드펠릿을 납품했다.
종합무역상사 B사도 지난해 5월 베트남에서 수입한 131톤이 왕겨펠릿으로 판명됐고, 대기업 계열 C사도 같은 이유로 630톤을 베트남으로 돌려 보냈다. B사 관계자는 “우드펠릿을 수입했는데 현지 거래처가 몰래 왕겨펠릿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왕겨는 병충해를 옮길 수 있는 폐기물이라 그 자체로 수입이 불가능하다. 환경부는 고형연료제품으로만 수입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 지난해 7월부터 시행했다. 이 경우 수입 전에 품질검사를 받고 결과를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품질검사를 담당하는 한국환경공단에는 단 한 건도 검사 신청이 없었다. 공단 관계자는 “우드펠릿으로 수입신고를 하고 왕겨펠릿을 들여오면 밀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2009년 1만2,000톤에 불과했던 우드펠릿 수입량은 2013년 48만4,000톤, 지난해는 11월까지 165만9,000여톤으로 증가했다. 이중 일반산업용과 가정용은 극소량이고 대부분 화력발전소에서 유연탄과 함께 태우는 혼소발전으로 소비했다.
왕겨펠릿은 우드펠릿보다 열량이 떨어지고 재가 많이 생겨 발전설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값은 톤당 수십 달러가 싸다. 잘게 분쇄해 펠릿으로 만들면 외관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 전문가가 아니면 현장 적발이 어렵다. 유전자(DNA) 검사가 명확한 방법이지만 국내에는 전문기관이 없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왕겨펠릿 유통 의혹이 있어 검역을 강화했다”며 “일단 물에 불려 풀어지는 상태를 보고 현미경으로 조직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적발 중”이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사진설명
왕겨펠릿(왼쪽)과 우드펠릿. 우드펠릿은 수종에 따라 색깔이 달라 외형만 보고 왕겨펠릿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래픽용
▦우드펠릿 수입현황(한국펠릿협회 제공)
2009년 1만2,042톤
2010년 2만893톤
2011년 2만9,678톤
2012년 12만2,447톤
2013년 48만4,667톤
2014년 11월 165만9,786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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