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與 모처럼 협력 다짐… 김, 행사 시작 전 내내 굳은 표정
대기업 총수 가석방 우회 건의도… 정의화 '전도양양' 건배사 제의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만나 '화합'과 '협력'을 입에 올렸지만 서먹한 관계가 감춰지지는 않았다. 김 대표는 행사장에 입장해 헤드 테이블을 찾았지만 종종 혼자 남았고 굳은 표정으로 천장을 응시해야만 했다. 공식 행사가 시작된 뒤에도 박 대통령은 여당 수장인 김 대표보다 야당 수장에게 더 많은 눈길을 보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친박계 중진 의원 7명을 청와대로 초청하면서 김 대표를 배제했다는 사실 때문에 김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박 대통령은 공식 연설에서 입법ㆍ사법ㆍ행정부 고위 인사와 경제5단체장을 비롯한 200여 명의 참석자들에게 국정운영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 주체들이 손발을 맞춰 노력하고 헌신할 때 국민의 삶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함께 경제를 살리고 희망의 미래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서로 조금씩 내려놓고 절박한 심정으로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우리 사회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는 국가 혁신의 해가 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기러기가 겨울을 나기 위해 먼 거리를 날아갈 때 'V'자로 날아가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며 "앞에서 날아가는 기러기들이 호흡을 맞춰 날개 짓을 하면 공기 흐름이 상승기류로 바뀌어 뒤따르는 기러기들의 비행 능력을 70% 이상 높여 준다"는 비유를 들기도 했다.
김 대표도 이어진 공식 인사말에서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님"이라 부르며 덕담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님과 정부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노력하는 것에는 여야나 민관, 노사가 따로 없다"며 "여당인 새누리당이 야당과 정부, 국민과 정부 사이에 가교 역할을 잘 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대표는 또 "기업인들이 사기를 회복해 열심히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협조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그렇게 해서 국민이 경제 위기 극복에 희망을 갖고 잘 대응할 수 있도록 해 주기 바란다"고 말해 박 대통령에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 가석방을 우회적으로 건의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참석자들이 덕담을 하는 식으로 진행돼 한 시간 만에 끝났고,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따로 만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헤드 테이블 자리에서는 박 대통령이 김 대표와 덕담과 농담을 주고 받았지만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집권여당과 야당 대표가 바뀐 것처럼 보였다는 말도 나왔다. 때문에 당ㆍ청 간 미묘한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편 정의화 국회의장은 건배사에서 "우리가 함께 한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새마을운동을 성공시킨 이상으로 박 대통령이 새정치 바람을 일으키는 데 성공할 수 있다"고 덕담했다. 정 의장은 "올해가 양의 해이고, 통일로 가는 전도를 넓혀 달라는 의미에서 '전도양양'이라고 해 달라"고 건배를 제의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