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게이머 홍진호(32) 콩두컴퍼니 대표는 지난달 3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닌, 과거 e-스포츠의 영광을 되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예능 방송에서 한창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홍 대표는 3일부터 진행되는 ‘헝그리앱 스타즈 리그 위드 콩두’를 개최하는데 산파 역할을 했다.
1999년 스타크래프트1(이하 스타1) 게임 실력을 겨루는 첫 대회를 시작한 이후 13년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다 2012년 ‘tving 스타리그’를 마지막으로 이렇다 할 대회가 치러지지 않았으니, 2년 반만의 리그 부활이다. 홍 대표와 동료들이 발로 뛰어 일궈낸 성과다. 총 상금은 4,000만원.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에 비하면 규모가 작고, 단체전ㆍ개인전 동시 진행이 아닌 개인 리그에만 한정됐지만 오랜만의 정식 e-스포츠 대회 소식에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
16강 출전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김택용, 박성균 등 과거 대회 우승자들은 물론, 박지호 등 뚜렷한 자기만의 플레이 색깔로 인기를 얻은 스타들까지 다양하다.
홍 대표는 “종전의 일부 소규모 대회들은 추억의 스타 등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선수들을 위주로 출전시키는데 급급했다”며 “이번에는 게임의 수준을 높이는 데에도 집중했다”고 말했다. 물론 리그를 진행하면서 올드 게이머와 홍 대표 간 이벤트 경기 등 흥미를 끌 만한 경기 외 요소들도 구상 중이다.
추억이 된 게임을 다시 무대에 올린 이유에 대해 홍 대표는 “군부대 팀(공군 ACE)이 창설될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스타1 대회가 갑자기 자취를 감추게 된 경위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게임 저작권을 갖고 있는 제작사 측이 리그 대회 저작권까지 주장하면서 리그가 위축됐다”며 “단순한 인기 하락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스타2’라는 새로운 게임을 출시하면서 제작사 측의 홍보 전략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이런 의미에서 인터넷 개인 방송까지 꾸리며 물밑에서 게임의 명맥을 이어온 스타급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리그 부활에 대한 팬들의 염원이 대단했다. 대회 개최를 위해 그는 지난해 2월과 7월 ‘스타즈 파티’라는 소규모 스타1 대회를 통해 팬들의 반응을 면밀히 살폈다. “팬들은 e-스포츠의 감동을 다시 느끼길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9월부터 스폰서, 선수 섭외 등 본격적으로 대회를 준비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지만, 여전히 숙제는 많다. 케이블 방송 중계 등 탄탄한 홍보 채널을 확보해야 하고 대회 규모도 질적ㆍ양적으로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을 확보함으로써 팬들의 시선을 다시 붙잡아야 한다.
“굉장히 오랫동안 꿈꾸고 준비했습니다. 팬들에게는 예전 그대로의 감동을, 또 선수들에게는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대회를 키워 나가겠습니다.”
이번 스타리그는 3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2월 말까지 진행되며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인터넷ㆍ모바일 방송 헝그리앱을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된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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