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수백 명을 태운 채 승무원도 없이 ‘버려진 화물선’이 또 다시 이탈리아 해상에서 발견됐다.
이탈리아 공군과 해안경비대는 1일 “불법 이민자 수백 명을 태운 시에라리온 선적 화물선 ‘에자딘’호가 이탈리아 남동부 말단 루카 곶에서 65㎞ 떨어진 해상에서 표류하는 것을 발견하고 해안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이탈리아 언론과 AP 등 외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길이 73m의 이 화물선에는 선원은 전혀 없이 불법 이민자 450여 명만 탄 채 시속 13㎞의 속도로 이탈리아 해안 쪽으로 표류하고 있었으며 선박의 조종장치는 고장 난 상태였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불법 난민 중 한 명이 선박의 무전 시설을 이용해 ‘선원들이 선박을 유기했다’며 구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파도가 높게 이는 등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2일 새벽 헬기로 에자딘호에 3명의 요원을 들여보내 화물선 조정장치를 복구하도록 했으며, 유럽연합(EU) 국경관리청(Frontex)에 소속된 아이슬란드 순시선 티르호에 타고 있던 의료진 3명도 2일 아침 에자딘호로 들어가 이민자들을 돌보고 있다고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보도했다.
50년 전에 건조된 이 선박은 주로 동물 운반용으로 사용됐으며 레바논의 한 회사 소속으로 등록됐지만, 불법 이주 브로커들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앞서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에도 불법 이민자 700여명 이상을 태운 몰도바 선적의 버려진 화물선 ‘블루스카이M’호가 이탈리아 해군에 구조돼 남동부 갈리폴리항에 도착했다.
대부분 시리아와 쿠르드 출신인 불법 이민자들은 먹을 것도 없이 방치됐으며 상당수는 저체온증과 골절 등으로 치료를 받았고 여성 한 명은 배 안에서 출산하기도 했다.
영국 BBC는 소식통을 인용, “불법 이주 브로커들이 화물선을 버리고 도망가는 데 관여된 것 같다”며 “지난해 11월부터 이탈리아 해군이 난민구조 작전을 중단하고 대신 EU 국경수비대 프론텍스가 제한된 해역에서 경비 임무만 수행하자 브로커들이 선박을 버리고 난민들 스스로 지중해를 건너도록 하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법 이주 브로커들은 난민들에게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한 사람당 수천 달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브로커를 통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밀입국하려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난민들이 급증하면서 사고가 잇따랐다. 유엔난민기구(UNCHR)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난민 20만7,000여명이 유럽으로 가려고 지중해를 건넜으며 이 과정에서 최소 3,419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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