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의 등록금 분할납부 횟수를 학기당 4회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대학등록금 납부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는 등록금 고지서에 분납 시의 납부 금액 등 6가지를 필수항목으로 기재하고, 국가장학금을 받아도 분할납부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분할납부의 문제점을 일부 개선했다고는 하나 실효성 면에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등록금 분할납부는 한 학기에 400만원 안팎인 대학등록금을 한꺼번에 마련해야 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충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명목상으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334곳 중 92.8%에 해당하는 310곳에서 시행 중이다. 그러나 실제 이용 학생은 전체 대학생의 2.3%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는 유명무실한 분할납부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번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교육부가 떠들썩하게 홍보한 이번 정책은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단순한 권고사항이어서 대학이 이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이나 제재를 가할 수 없다. 대학들의 분할납부제 운영 실적을 대학 정보공시에 반영하겠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 대학들은 이자수익 감소 등을 이유로 분할납부에 소극적이다. 가급적 횟수를 줄이거나 대상을 좁히려 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등록금 분할납부를 신청한 학생들에게 재학증명서 등 각종 서류발급을 제한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이런 사정을 무시하고 대학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한들 학생들 입장에 서서 제대로 시행할 대학이 얼마나 될지 회의적이다. 더욱이 개선안에서조차 등록금에다 입학금, 생활비까지 부담이 큰 신입생은 제외됐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편의를 고려하기보다 대학 쪽의 요구를 고려해 마지못해 실시하는 듯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이유로 현재 국회에는 등록금 분할납부를 법률에 직접 명시해 강제성을 부여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새정치연합 장하나 의원 명의로 대표 발의돼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신청하면 등록금 분할납부를 6회까지 할 수 있게 하고 대학은 이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정부가 당초 올해 완료키로 했던 반값등록금 정책은 재정난으로 사실상 파기된 상태다. 명목등록금 인하가 실현되지 못한 상황에서 고액의 등록금 부담을 낮추는 가장 실질적인 수단은 등록금 분납제다. 등록금 분납을 강제화하거나 적어도 재정지원과 연계하는 등의 제재장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있으나마나 한 제도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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