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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세요]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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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세요]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外

입력
2015.01.0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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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 노은주ㆍ임형남 지음

조선시대 주택 중 최고는 무엇일까. 건축가 부부인 두 저자는 ‘산천재’(山天齋)를 꼽는다. 집이 짓는 이의 사고와 철학을 담는 조형물이자 자기의 완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말이다. 산천재는 조선시대 학자 남명 조식이 61세에 지은 집이다. 남명은 지리산과 가까운 덕산에 이 집을 짓고 생을 마칠 때까지 살았다. 이들은 산천재를 가리켜 “집을 짓되 짓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고수의 한 획처럼 지리산과 덕천강 사이에 한 점을 찍었다”고 표현한다. 뒷마당에서는 천왕봉이 보이고, 대문으로 들어가면 너른 마당과 덕천강, 천왕봉이 겹쳐 보이도록 집을 살짝 비껴 지었다. 작지만 당당하게 지리산을 베고 누워 하늘을 담고 있으니 얼마나 크고 좋은 집이냐는 얘기다.

이 책은 산천재를 비롯해 전국의 사찰, 서원, 궁, 고택 등 옛 건축물을 돌며 그에 담긴 이야기와 철학을 좇아간다. 공간과 공간의 배치, 자연과 공간의 관계,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역사와 함께 풀어 설명한다. 지식너머ㆍ312쪽ㆍ1만4,000원

김지은기자 luna@hk.co.kr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 류동민 지음

‘강남’이란 단어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 클리셰 중 하나다. 단어 안에 퇴적된 의미는 시간을 거치면서 점점 비대해져 인간을 압도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강남 산다”는 말이 그 사람의 재력뿐 아니라 인간성까지 가늠하는 실마리로 작용하는 현실이 그 증거다.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이란 공간에 집중, 사람이 서울을 만들고 또 거꾸로 서울이 사람을 만드는 과정을 추적한다. “공간은 그 무엇이건 내용물이 채워지기를 다소곳하게 기다리는 텅 빈 그릇 같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담기는 내용물에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실체인 셈이다.”

저자의 눈에 비친 서울은 잔인할 정도로 척박하다. 끊임 없이 재건축되는 아파트는 물신의 상징, 대학과 교회는 도시 한복판에 자리잡은 대형 위신재나 다름 없다. 서울을 가동시키는 욕망의 운영체제는 한계점에 다다랐다. 능력주의 신화가 무너지고 ‘알아서 살아남기’가 유일한 생존법이 된 사회가 지금 여기 서울이자 한국사회라는 것이다. 코난북스 발행ㆍ285쪽ㆍ1만4,000원

황수현기자 sooh@hk.co.kr

가이아의 정원 / 토비 헤멘웨이 지음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뜻하는 퍼머컬처(permaculture)의 원리를 활용해 일반가정에 생태정원을 꾸미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이다. 퍼머컬처란 영속적인 문화와 영속적인 농업의 축약어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모방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자연은 원래 돌보는 사람이 없어도 저절로 작동하고 야생생물이 스스로 찾아와 터를 잡는다. 이처럼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 대지의 여신(가이아)이 돌보는 생태정원을 인간의 삶 속으로 들여놓자는 것이 책의 줄거리다.

책은 퍼머컬처의 기본개념부터 실제 농사를 짓거나 정원을 설계할 때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을 전한다. 가가호호 1,000㎡ 내외의 부지를 가진 미국 교외 주택을 중심으로 기술한 내용이라 한국상황과 다소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생태학 지식과 생태디자인 원리를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한국에 충분히 적용할 만한 사례도 등장한다. 출판사 들녘에서 출간하는 귀농총서의 45번째 책이다. 이해성 이은주 옮김ㆍ들녘ㆍ502쪽ㆍ2만5,000원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북아메리카 원주민 트릭스터 이야기 / 리처드 어도스ㆍ알폰소 오르티스 지음

협잡꾼, 장난꾸러기, 요술쟁이라는 뜻의 ‘트릭스터’는 세계 각국의 신화 연구자들에게 공통의 연구 대상이 되는 캐릭터다. 신화나 민담, 종교 등에서 트릭스터는 보통 탐욕스럽고 호색하며 변덕스럽고 거짓말쟁이인 규범의 파괴자이자 질서의 교란자인데 동시에 인간에게 필요한 것을 가져다 주는 문화영웅이라는 측면도 있다.

북미 원주민(인디언) 문화 연구가인 두 저자가 호피족, 샤이엔족, 하이다족 등 다양한 부족 사이에서 구전되는 트릭스터 이야기 100여편을 모아 1999년 펴낸 책을 15년 만에 번역, 출간했다. 북미 원주민이 자연과 맺고 있는 긴밀한 일체감을 보여주듯 대부분의 트릭스터는 의인화된 동물이다. 구대륙의 전설이나 동화와 달리 북미 원주민의 트릭스터는 늘 무대의 중심에서 활약하는 것이 특징이다. 호색적인 캐릭터가 유독 많은데 외설적인 표현이 거의 없다는 점도 이채롭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과 문화, 종교와 관습, 집단의 심리와 무의식 등을 알려주는 교양서로 손색이 없는 책이다. 김주관 옮김ㆍ한길사ㆍ508쪽ㆍ2만7,000원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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