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재계 수장들이 비장한 각오를 담은 경영 화두를 꺼내 들었다. 세계경제가 저성장 국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데다 엔화가치 하락, 러시아 디폴트 위험성, 신흥국 리스크 확대, 미국의 금리인상 계획, 중국의 중속성장 기조 등으로 경제환경이 매우 불확실해서다. 재계 일각에서는 올해가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초조함과 다급함도 엿보인다. 비관은 아니지만 낙관도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거나 신성장 동력을 앞세운 과거와는 달리, 올 한해는 내실을 다지면서 고비를 넘기겠다는‘위기관리 전략’에 무게를 둔 모양새다. 그럼에도 재계는 도전정신과 혁신을 강조했다. 이것이 유일한 돌파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은 어제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세계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신흥국 중심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자동차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올해 글로벌 생산ㆍ판매 목표를 820만 대로 제시했다. 지난해보다 20만 대 늘어난 규모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환율과 유가의 불안정한 움직임, 그리고 후발 기업의 거센 추격, 일본과 중국의 동향 등을 보면 수년 내에 큰 어려움이 올 수도 있다”며 “기필코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굳은 각오로 방법을 찾고 힘을 모아 철저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올 한해 새롭게 도전하고 변화해야 한다”며 “신사업의 본격적인 추진, 새로운 수요 창출 등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충하자”고 주문했다.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최태원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미래성장 동력원 발굴이 지연돼 우리에게 또 다른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위기를 극복하고 다른 사업기회를 찾는 데 주력하겠다는 내용의 신년사를 발표했다.
물론 기대와 희망이 없지는 않다. 현대차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부지에 105층짜리 건물을 짓겠다고 했다. 한국의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경기 평택의 고덕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시작한다. SK는 이미 경기 이천에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이 모두 국내 고용유발이나 산업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은 사업들이다.
남북대화 진전 가능성도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함께 남북경제교류가 확대되면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부가 나서서 기업을 도와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떨쳐내고 기업하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생기고 소비가 늘어난다.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가 위기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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