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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어 본 '2014 연말 시상식'…내 마음대로 어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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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어 본 '2014 연말 시상식'…내 마음대로 어워드

입력
2015.01.0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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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 유재석.
2014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 유재석.

"솔직히 저는 항상 사람들한테 그래요.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왜냐하면, 60여명 정도 되는 스태프와 배우들이 멋진 밥상을 차려 놓아요. 그러면 저는 그냥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는 제가 다 받아요. 그게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2005년 청룡영화제. 영화 '너는 내 운명'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황정민의 소감이 깊은 울림을 남겼다. 감동적인 이 멘트는 9년이 흐른 지금까지 '수상 소감의 정석'으로 회자되고 있다.

2014 연말 시상식이 모두 막을 내렸다. 시상식은 스타들의 한 해 성적표를 확인하는 축제의 장이지만 긴장을 놓을 수는 없다. 시상식에서 보인 행동, 패션 등이 끝난 후에도 화제가 되기 때문. 말 한마디로 황정민처럼 '개념 스타'가 되기도, 반대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한다.

새해를 맞이했지만 아직까지 시상식의 여운은 남아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지난 연말 시상식을 비틀어봤다. 지난해 공중파 3사 가요·연예·연기 시상식에서 어떤 스타들이 대중의 시선을 끌었는지,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 수상자를 선정해 봤다. 단, 곱씹어 보자고 쓴 기사에 '태클'은 정중히 사양한다.

1. 연기대상 편

●'애끓는 부정' 상

배우 박영규는 지난 31일 KBS '연기대상'에서 남자 우수연기상을 수상한 후 노래를 불렀다. 하늘에 있는 아들에게 바치는 곡이었다.

그는 "이렇게 좋은 날이 되면 항상 한 쪽으로 기쁘고 행복하지만, 하늘에 있는 아들이 생각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들한테 열심히 살아가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연기하면서 살고 있다. 내가 열심히 갈고 닦아서 빛나면 그 빛이 하늘로 갈 것이다. 아들이 아빠가 보고 싶을 때 얼른 찾아 보라고, 그렇게 노력하면서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을 위한 추모곡으로 오페라 '축배의 노래'를 불러 객석을 숙연하게 했다. 박영규는 웃으며 소감을 마쳤지만 애끓는 부정을 느낀 몇몇 동료 배우들은 눈물을 훔쳤다.

●'이유 있는 거부' 상

배우 최민수는 지난 30일 'MBC 연기대상'의 황금 연기상 수상을 거부했다.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함께 드라마 '오만과 편견'을 촬영하고 있는 후배 배우 백진희가 이날 대리 수상하며 최민수의 뜻을 전했다.

최민수는 백진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작품 속에서) 검사로 살고 있는데 뭐 잘한 게 있어야 상을 받지 않겠냐. 이 상을 정중하게 거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미공개된 부분에서 "아직도 차가운 바다 깊숙이 갇혀 있는 양심과 희망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나 할까? 법과 상식이 무너지고 진실과 양심이 박제된 이 시대에 말이다"라며 세월호 참사를 언급했다. 백진희가 대리 수상한 트로피는 조만간 반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교의 여왕' 상

SBS '연기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배우 한예슬은 애교 넘치는 수상소감을 선보였다. 그는 먼저 드라마 '미녀의 탄생' 스태프들과 소속사 식구, 가족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내가 너무 사랑하는 내 남자친구 테디에게 사랑한다는 말 전해주고 싶다. 올해 많이 사랑했고 내년엔 더욱더 사랑하자 우리"라고 덧붙였다. 테디는 YG엔터테인먼트 소속 프로듀서로 한예슬과 공개 연애 중이다.

마지막으로 한예슬은 테디에게 '쪽'하고 뽀뽀를 날리는 센스를 보였다. 여배우가 공식 석상에서 남자친구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 한예슬의 사랑스러운 용기에 객석에서는 많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처음이니 봐주세요' 상

신인배우 고성희는 첫 수상 자리에서 어설픈 행동 때문에 화제가 됐다. 'MBC 연기대상'에서 여자신인상을 수상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부모님, 가족, 친구들에게 이 상을 바치겠다. 지금 너무 떨린다. 앞으로 좀 더 좋은 괜찮은 배우, 괜찮은 사람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소감을 마쳤다.

그런데 퇴장하던 그는 길을 못 찾고 무대 뒤가 아닌 MC석으로 지나갔다. 이 모습은 카메라에 포착돼 그대로 전파를 탔다. MC 신동엽은 놀란 기색을 드러내면서도 "생방송 시상식을 10년 가까이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다.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며 농을 던져 진행을 매끄럽게 이어나갔다. 고성희는 실수 때문에 시상식 다음날 온라인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렸다.

2. 연예대상 편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상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명불허전 '국민 MC' 유재석이 MBC와 KBS에서 어김없이 대상을 수상했다. SBS에서는 시청자가 뽑은 최고인기상에 그치면서(?) 연예대상 사상 첫 '트리플 크라운'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SBS 대상 수상자인 방송인 이경규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면서 자신의 성적에 감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재석은 MBC에서 대상을 탄 후 "박명수의 부탁이 있었다. 서래마을에 계신 한수민 씨.(박명수의 아내) MBC 공채 개그맨 박명수가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그리고 하나만 더, SNS는 그만 해달라고 한다"며 색다른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한씨는 지난 30일 자신의 SNS에 박명수와 찍은 사진을 올려 이목을 끈 바 있다.

●'의리의 눈물' 상

2014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개그우먼 이국주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 30일 SBS '방송연예대상'에서 '예능뉴스타상'을 수상한 그는 소감을 말하기 전부터 눈물을 보였다. 데뷔 9년 만에 얻은 쾌거에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이국주는 "9년 전 남들이 '쟤는 비호감이라 안 될 것'이라고 할 때, 한 분이 많은 개그맨 선배들한테 '국주는 될 것'이라고 해줬다. 바로 변기수 오빠"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가장 힘드신 분은 김준호 선배님이 아닌가 한다. 저 배신하지 않고 코코엔터테인먼트에서 기다리고 있다. 코코엔터테인먼트 사랑한다"며 의리를 보였다.

●'뜬금없는 폭로' 상

축복받아야 할 수상자가 부적절한 언급으로 질타의 대상이 됐다. 지난 29일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라디오스타' 김태희 작가는 긴 소감과 경솔한 언급으로 빈축을 샀다.

그는 수상 직후 '라디오스타' 출연진을 한 명씩 거론하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어 과거 '무한도전'을 함께 했던 스타들을 입에 올렸다. 김 작가는 "노홍철이 고구마를 나르다가 넘어질 때가 기억이 난다. 정형돈 오빠의 고백을 거절했던 것은 미안하다"고 말했다.

난데없는 폭로는 듣는 이를 불편하게 했다. 유부남인 개그맨 정형돈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음주운전으로 자숙 중인 방송인 노홍철을 언급한 점도 문제가 됐다. 정작 수상 자체는 논란 속에 묻혀버렸다.

3. 가요대상 편

●'앗 나의 실수' 상

지난 21일 SBS '가요대전' MC로 나선 남성그룹 위너의 멤버 송민호가 말실수로 곤혹을 치렀다. 이날 송민호는 진행 도중 "대한민국 '열도'를 흔들었다"고 말했다. '열도'는 길게 늘어서 있는 여러 개의 섬으로 흔히 일본을 지칭할 때 쓰는 말. 국민정서상 다소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실수였다.

논란이 일자 한 언론 매체는 당시 대본을 공개하며 송민호가 대본대로 멘트를 소화한 것이라 보도했다. 어찌됐든 송민호가 실수한 것은 맞다는 여론이다. 송민호는 "모든 게 제 잘못이고 불찰" 이라며 사과했다. 담당 PD도 뒤늦게 "시간을 맞추기 위해 급하게 대본을 수정하다가 실수를 하게 됐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역대급 콜라보레이션' 상

가요 시상식에서는 국내 아이돌계의 디바로 꼽히는 가수 효린과 에일리, 럭키제이 제시의 무대가 단연 돋보였다. 지난 31일 MBC '가요대제전' 무대, 금빛 의상을 입고 등장한 에일리와 효린은 특유의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뱅뱅(Bang Bang)'을 소화했다. 늘씬한 몸매를 과시하는 댄스 퍼포먼스도 관람 포인트였다. 세 사람은 원래 한 그룹의 멤버인 듯 자연스럽게 무대를 꾸며 호평받았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제시는 다음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효린과 사진을 같이 찍지 못했지만, 오늘 '뱅뱅' 무대 도와준 것 고맙다. (그리고 니키미 나즈의 랩은 내가 해본 랩 중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난 해냈다"라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나홀로 콘서트' 상

가수 서태지는 지난 21일 SBS '가요대전'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먼저 후배 남성그룹 2PM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발해를 꿈꾸며'를 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 이어 무대에 오른 서태지는 '숲 속의 파이터'와 '크리스말로윈'을 차례로 불렀다. 뛰어난 연출력과 무대 매너가 돋보였다. 그는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열창해 시상식을 한순간 콘서트장으로 만들었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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