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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에 불 꺼지는 서문시장… 활성화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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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에 불 꺼지는 서문시장… 활성화 걸림돌

입력
2015.01.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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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예방" 이유 한여름에도 오후 7시 상가 전체 소등… 딜레마

조기 폐장으로 관광객 유치 역행

대구 방문 외국인 관광객 중 서문시장 방문 비율 0.8% 불과

지난달 30일 저녁 대구 서문시장. 오후 7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어두컴컴한 상가건물에는 간판만 불을 밝히고 있다.
지난달 30일 저녁 대구 서문시장. 오후 7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어두컴컴한 상가건물에는 간판만 불을 밝히고 있다.

국내 3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이 딜레마에 빠졌다. 내ㆍ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야시장이 필수지만 숱한 대형화재를 겪은 터라 불조심 차원에서 오후 7시쯤이면 상가 전체가 문을 닫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8개 지구 4,622개 점포로 이뤄진 서문시장은 오후 7시쯤 되니 대부분 문이 닫혀있었다. 6시 무렵 벌써 문을 닫는 점포가 보이면서 퇴근길 시장을 들렀다 허탕치는 회사원도 보였다. 이곳 점포 사이로는 칼국수와 납작만두, 호떡 등 먹거리와 음료수, 반찬, 농ㆍ수산물 등을 파는 노점상이 606곳이나 되지만 퇴근길 상인들과 손님들이 뚝 끊기면서 오후 8시를 넘기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서문시장이 1967년과 75년, 2지구 전체를 태운 2005년까지 세 차례 큰 화재사고를 겪으면서 누전과 부주의에 따른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저녁 7시쯤이면 전기와 난방시설을 일괄 끄기 때문이다. 지구마다 중앙집중식으로 에너지를 관리, 겨울철 화재의 위험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6 대구ㆍ경북 방문의 해’를 준비 중인 대구에는 서문시장을 찾는 외국인이 하루 6명에 불과, 관광객 유치가 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에 따르면 시장을 찾는 손님은 하루 평균 6만 명으로, 한 해 2,000여 만 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올 1∼11월 시장을 찾은 외국인 수는 1,896명으로 하루 5.7명 수준이다. 이는 같은 기간 대구의 관광호텔에 투숙한 외국인 23만6,840명의 0.8%에 불과한 수치로 1,000명 중 8명만 서문시장을 찾고 있다.

대구시는 이 수치가 서문시장관광안내센터를 방문한 외국인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는 더 많은 외국인이 서문시장을 방문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서울의 남대문, 동대문시장 등에 비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초라한 수치라는 지적을 면키 힘든 실정이다.

대구시 관광과에서 중국관광객 유치마케팅을 담당하는 김기완 주무관은 “중국인 여행자들은 야간이면 현지 시장이나 번화가를 선호한다”며 “서문시장은 문을 일찍 닫기 때문에 패키지 여행코스에서 거의 빠진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상인 중 상당수도 영업시간 연장을 통한 야시장 개장을 희망하고 있으나 수십년간 초저녁 폐장에 익숙한 상인들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상가연합회 이사회에서도 수 차례 야간 개장 안이 나왔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동산상가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김은희(43ㆍ여)씨는 “일하는 시간이 길지 않아 서문시장을 선호하는 상인이 많다”며 “아이를 키우기에는 현재 영업시간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청도 서문시장의 관광 자원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한류 연계 글로벌 명품시장 육성프로젝트’에 지원할 계획이지만 초저녁 폐장시간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구청 측은 “나라마다 외국인이 붐비는 시장치고 야간에 문을 열지 않는 곳이 없지만 서문시장 상인들이 폐장시간을 조정하지 않으면 아예 명품시장으로 신청하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문시장도 여름이나 봄ㆍ가을 등 특정 계절에 시범적으로 야시장을 운영, 관광명소의 가능성을 점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영오(61)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장은 “영업시간 연장이 손님 증가로 이어진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인들이 많다”면서도 “서문시장의 장기 발전을 위해서는 퇴근족과 야시장 관광객들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배유미기자 yu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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