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 "靑 입김 크게 작용"
"오락가락 판단착오" 비난 여론도
정부가 1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를 중립적으로 평가했다가 급작스럽게 긍정적 입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형식도 애초 서면 입장 발표문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구두 발표로 바뀌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정부는 이날 오후 3시쯤 서면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이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할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우리가 제안한 대화에 조속히 호응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이번 신년사에서 전년도에 비해 남북관계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것을 평가한다”는 내용을 제외하면 입장 자료는 상당히 건조한 중립적 기조였다.
하지만 통일부는 이날 오후 4시30분쯤 류 장관이 직접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취재진에게 통보했고 류 장관은 이날 오후6시20분쯤 애초 입장보다 전향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서면 보도자료에서는 북한 신년사를 ‘평가한다’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류 장관은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는 긍정적 표현을 사용했다. ‘우리가 제안한 대화에 조속히 호응하라’라는 기존 입장은 ‘가까운 시일 내에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대화를 하자’는 적극적인 대화 의지로 180도 바뀌었다.
정부 청사 주변에서는 정부 입장의 선회를 두고 외교안보라인 내의 비둘기파 입장이 뒤늦게 반영됐다는 분석과 함께 현 시점에서 적극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는 정무적 판단이 보태졌다는 관측 등이 엇갈렸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을 서면 보도자료로 발표한 이후 청와대 등을 주축으로 한 관계부처 회의가 다시 열려 류 장관이 직접 발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면서 청와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의 중대한 계기를 두고 정부 입장이 오락가락한 것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폐막식을 찾은 최룡해 노동당 비서 일행을 빈손으로 돌려보낸 것에 비견될 정도의 판단 착오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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