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앞에서 의회 해산 조롱한 그룹 "과거 어리석은 행위 왜 잊어버리나"
일본의 5인조 국민밴드 서던 올스타즈(Southern All Stars)의 리더 싱어 구와다 게이스케(59)가 지난달 31일 NHK 송년 인기 프로그램 ‘홍백 노래대결’에 출연해 일본의 현대사 교육 부실과 평화를 염원하는 노래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구와다는 사흘 전 아베 총리 부부도 보러 온 공연에서 “국회 해산 터무니 없다”는 개사곡을 불러 화제가 됐다.
구와다는 이날 프로그램 후반부에 출연해 자신이 작사ㆍ작곡해 지난해 여름 발표한 ‘평화와 하이라이트’를 열창했다. “아무 생각 없이 본 뉴스에서/ 이웃나라 사람이 화를 냈다/ 지금까지 아무리 대화를 해도/ 서로서로의 주장은 바뀌지 않는다”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교과서는 현대사로/ 넘어가기 전에 수업 끝/ 그걸 제일 알고 싶은데/ 왜 그렇게 돼 버리나”고 일본의 부실한 현대사 교육을 꼬집는다.
이어 “역사를 같이 비교해가며/ 서로 돕는 게 좋지 않나/ 딱딱한 주먹은 들어올려도/ 마음은 열지 않네”라며 주변국과 대화를 강조하면서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알아보자 서로의 좋은 점을”이라고 화해를 촉구했다. 노래는 “희망의 싹을 심어 가자/ 지상에 사랑을 키우자/ 이 훌륭한 지구에 태어나/ 슬픈 과거도 어리석은 행위도/ 인간은 왜 잊어버리나/ 사랑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요”라고 끝맺는다.
NHK ‘홍백 노래대결’은 출연 가수를 한달 이상 전에 확정ㆍ공표하지만 이날 서던 올스타즈의 출연은 예정에 없었다. 공연도 NHK 본무대가 아니라 같은 시간 요코하마의 라이브공연을 생중계하는 형태였다. NHK는 지난해 아베의 입김으로 교체된 새 회장과 일부 경영위원들이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정하거나 태평양전쟁을 미화하는 발언을 해 비판을 샀다.
앞서 구와다는 지난달 28일 요코하마에서 열린 서던 올스타즈 공연 중 아베 총리 부부가 보는 앞에서 정치 풍자곡인 ‘폭소 아일랜드’를 부르다 가사를 살짝 바꿔 “중의원 해산이라니 터무니 없는 소리 하네”라고 노래했다. 장기집권을 노린 아베의 명분 없는 중의원 해산ㆍ선거에 630억여엔의 비용을 지출해 세금을 낭비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며 즐기다가 갑작스런 개사에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1978년 데뷔한 서던 올스타즈는 경쾌한 리듬과 익살스런 풍자로 일본 내 두터운 팬을 확보하고 있는 국민 밴드다. 데뷔 초기부터 밀리언셀러 음반만 10장 안팎을 헤아리고 2000년대 들어서는 ‘쓰나미’가 일본 싱글앨범 최다 판매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노래의 다수가 구와다 작사ㆍ작곡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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