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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時 ] 난초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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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時 ] 난초 잎

입력
2015.0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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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 잎 / 도종환

난초 잎은 휘어져도

품격이 있다

꽃으로 화려하려 하지 않고

잎으로 청초하게 한 생을 살다 가는데

열 잎이 꼿꼿해도

한두 잎은 휘곤 한다

그러나 휘어져도 격을 잃지 않는다

휘어져도

저를 키운 시간을

다 버리지 않는다

시인 소개 : 도종환은 195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시집으로 ‘접시꽃 당신’, ‘부드러운 직선’, ‘슬픔의 뿌리’, ‘해인으로 가는 길’,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등이 있다. 산문집으로는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너 없이 어찌 네게 향기 있으랴’등이 있다. 정지용문학상, 윤동주상, 백석문학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덕산중 교사, 전교조 청주지부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부회장,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고, 2012년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해설 : 성군경

가장 쉬우면서도 무척 어려운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 사랑하는 것으로, 그런 사람은 타인의 장단점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자긍심 결여에서 비롯되는 교만, 허영, 비관, 부정 등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를 멸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살이의 대부분이 천칭의 기울기로 돌아가니 오묘하기만하다. 중용이 절실한 요즘이다. 난초의 휘어진 한 두 잎은, 우리네 삶이 거쳐야 할 치열함과 처절함이 아득하게 남긴 엷고 고은 부조[浮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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