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투자금 명목 9억 챙겨 뒤늦게 수차례 반성문 냈지만
재판부 "전과 있고 계획적" 중형, 죄없는 어린 딸과 수감 생활
유명 대학병원의 의사 행세를 하며 남편 등 가족까지 속이고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사기 행각을 벌인 여성이 중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에 넘겨진 그녀는 뒤늦게 자신의 죄를 반성했지만, 법은 그녀에게 징역 5년이라는 벌을 내렸다.
박모(38)씨는 자신을 ‘재력가의 딸이자 대학병원의 산부인과 의사’라고 속여 A씨와 결혼에 성공했다. 결혼식 후에도 박씨는 돈 많고 유능한 의사 행세를 유지하기 위해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주변 사람들에게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의사 혹은 삼성병원 소아과 의사라고 상황에 따라 거짓말을 했다. 또 ‘동생이 금융감독원에 다닌다’ ‘남편이 재벌가 3세의 친척’이라는 말로 자신을 포장하기도 했다.
박씨는 자신의 거짓말에 속은 주변 사람들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9억1,320만원을 챙겨 수억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시누이 등 가족부터 그녀의 집에서 일한 가사도우미와 경비원까지 그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갔다. 피해자 중에는 자신이 위암에 걸려 받은 보험금까지 박씨에게 투자해 전액을 날린 사람까지 있었다.
박씨는 피해 규모가 커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가 되자 갓난 딸을 데리고 잠적했다. 그제야 남편과 피해자들은 속은 것을 알고 박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박씨는 검거돼 지난 3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재판부에 6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진수 판사는 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선고 공판에서 “(박씨의 범행이) 중단이 됐어야 하는데…. 박씨도 어느 시점에서 누군가가 제지해 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면서도 “박씨가 동종 전과가 있고, 범행 수법이 계획적이었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선고 직후 박씨는 딸을 꼭 껴안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현재 딸과 함께 구치소에서 생활 중이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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