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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프로그램 20년, 각본 없는 드라마 이렇게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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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프로그램 20년, 각본 없는 드라마 이렇게 무너지나

입력
2015.01.0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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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한 실적 초라한 성적표

10년 새 시청자 절반으로

방송시간도 30% 줄어

인기 주도 간부급 속속 떠나

타성 젖은 반복이 무제

'더 보이스' 3년 만에 7시즌

신선한 대본 드라마에 밀려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 '더 보이스'의 한 장면.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 '더 보이스'의 한 장면.

리얼리티 음악 프로그램 ‘더 보이스’는 미국 NBC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다. 2011년 첫 전파를 타며 NBC의 시청률을 견인했던 이 프로그램은 이달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가장 몰리는 최종회의 시청자 수는 지난해보다 10%나 추락했다.

‘더 보이스’만 부진한 실적을 올리지 않았다. 10년 넘게 장수해온 폭스TV의 ‘아메리칸 아이돌’도 하락세다. 올해 최종회는 미국에서 1,050만명이 시청했다. 2004년 최종회(2,880만명)에 비하면 10년 만에 반 이상의 시청자가 이탈한 셈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은 2003년 3,800만명이 최종회를 시청하며 정점을 누렸다.

20년 가까이 세계의 안방을 사로잡아온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대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며 시청자를 열광케 했던 영광의 시절은 과거가 되고 있다. 특히 TV왕국인 미국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퇴조가 뚜렷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때문에 일거리가 없었던 방송작가들이 복수의 기회를 가지게 됐다고 최근 전했다. 영국 가디언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약세를 보도했다.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침체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퇴조는 방송 시간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가을 미국의 주요 채널 ABC와 NBC, CBS, 폭스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배당한 시간은 1주일에 총 13시간이었다. 2011년 1주일 20시간보다 7시간이나 줄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주도했던 인력들의 이동도 약세를 반영한다. ABC에서 ‘댄싱 위드 스타’와 ‘배철러’의 방송을 주도했던 앤드리아 웡은 할리우드 영화사 소니픽처스로 옮겨 국제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폭스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구루로 불렸던 마이크 다넬은 워너브러더스로 이직했다. 이들이 떠난 중역 자리는 대본에 기초한 쇼 프로그램이나 TV드라마를 선호하는 전문가들이 채우고 있다.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 '더 리얼 하우스와이브스'의 한 장면.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 '더 리얼 하우스와이브스'의 한 장면.

외국 언론들은 타성을 지적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사랑 받자 유사한 프로그램을 너무나 많이 만들어 너무나 자주 방송했다는 것이다. 반복된 형식의 프로그램이 방송시간을 채우는데 혁신은 없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 보이스’는 첫 선을 보인지 3년을 조금 넘기며 7번의 시즌을 방송했다.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2006년 시작한 ‘더 리얼 하우스와이브스’ 시리즈도 반복의 전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를 배경으로 주부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포착하며 인기를 모았던 이 시리즈는 뉴욕과 뉴저지, 애틀랜타, 비벌리힐스, 마이애미 등으로 장소를 옮기며 방송을 지속했다. 장소만 바꾸고 엇비슷한 형식의 내용이 되풀이되면서 식상함을 불렀다. 아마추어 출연자들의 ‘어설픈 연기’도 시청자들이 등을 돌리게 했다.

신선한 대본으로 무장한 TV드라마의 등장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몰락을 부추겼다. TV드라마 ‘트루 디텍티브’와 ‘오펀 블랙’ 등이 인기를 모으며 대본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다. A&E는 최근 리얼리티 프로그램 ‘덕 다이너스티’가 부진을 보이자 TV드라마 ‘매드멘’과 ‘워킹 데드’을 간판 프로그램으로 내세우고 있다. 가디언은 “훨씬 좋은 연기와 대본을 갖춘 프로그램이 있기에 반복되는 플롯과 전형성을 지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점점 더 불필요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몰락을 단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주장이 있다. ‘더 보이스’는 시청자가 대거 이탈했어도 시청률 10위 안에 든 인기 프로그램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없이 방송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적은 제작비로 높은 시청률을 올리는 효율 높은 프로그램이라는 이유에서다. 방송이 인터넷과 경쟁을 하면서 시청률은 떨어질 수 밖에 없으니 저비용 고효율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가치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있기에 대본에 바탕을 둔 프로그램 홍보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NBC의 범죄 드라마 ‘블랙리스트’의 인기는 ‘더 보이스’ 뒤에 방송되는 편성전략에 힘입었다. 미국 방송 채널 UPN(현 CW)의 전 회장인 톰 누넌은 “방송국들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방송을 보도록 해야 할 최소한의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며 “대본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밝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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