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明仁) 일왕은 1일 태평양 전쟁 패전 70주년을 맞아 “전쟁의 역사를 충분히 배워야 한다”며 과거사 반성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신년 소감을 밝혔다. “일본의 장래를 위한 개혁”에 신년사의 방점을 찍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상반된다는 분석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궁내청을 통해 공개한 신년 소감에서 “올해는 일본이 패전 70주년이라는 분기점을 맞이한다”고 규정, “많은 사람이 죽은 전쟁이었다. 각 전장에서 죽은 사람,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폭, 도쿄를 비롯한 각 도시의 폭격 등으로 사망한 사람은 참으로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 기회에 만주 사변을 시작으로 전쟁의 역사를 충분히 배우고 향후 일본의 존재 방식을 생각하는 것이 지금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 해 폭설이나 폭우, 심지어 온타케산 분화에 의한 재해로 수많은 인명을 잃었다”며 “도호쿠 대지진으로부터 4번째 겨울을 맞아 방사능 오염으로 한때 살았던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이나 가설주택에서 혹독한 겨울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며 방재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4월8일부터 이틀간 태평양 전쟁 격전지였던 팔라우를 방문, 전몰자에 대한 위령의 뜻을 표시할 예정이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신년사를 통해 “일본의 장래를 내다보는 개혁 단행의 한해로 만들겠다”며 “(총선을 통해) 신임이라는 큰 힘을 얻었으며 올해는 더욱 대담하고 속도감 있게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후 70주년인 올해를 “우리들이 추구하는 국가의 모습을 세계에 알려 새로운 국가 만들기를 향해 강력한 출발을 하는 1년으로 삼겠다”며 “일본은 과거 전쟁의 깊은 반성하에 평화국가의 길을 걸으면서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해왔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고도성장기 일본의 약진을 언급, “당시의 일본인에게 가능했던 것이 지금의 일본인에게 불가능할 리가 없다”면서 “일본을 다시 세계의 중심에서 빛나는 국가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는 이를 위해 자신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더욱 진화시키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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