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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상위 1% 수준 의료 서비스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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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상위 1% 수준 의료 서비스 '무한도전'

입력
2015.01.0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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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한계 딛고 의료 시스템 개혁, 지역 최초 국제의료기관평가 인증

수익 앞서 사회적 책임 실천 주력, 장애아동 위한 병원학교 3월 개설

박창일 건양대의료원장은 "병원 경영자로서 의료 수준을 높여 환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건양대병원 제공
박창일 건양대의료원장은 "병원 경영자로서 의료 수준을 높여 환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건양대병원 제공

“환자에게 최고의 서비스는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박창일(69) 건양대의료원장의 온화한 미소는 순한 양을 닮았지만 말에는 힘이 있었다. 곳곳에서 환자와 장애인을 배려하는 인술에 대한 굳은 의지가 묻어났다. 지방병원이라는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세계최고의 병원을 향해 도약하는 건양대병원의 목표가 허언이 아님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병원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요즘 건양대병원의 질주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방의 환자들이 수도권의 대형병원으로 빠져나가는 현실에서 외래환자가 몰려들고 병실 운영률이 90%를 웃돌 정도로 잘 나가고 있다. 이런 질주의 중심에 국내 재활의학계의 큰 어른이자 병원경영자로 이름이 높은 박 원장이 자리하고 있다. 2011년 의료원장으로 취임해 지난해 재임된 그는 단시일내 병원의 수준을 높이는 성과를 이뤄냈다.

그는“지방의 환자들이 병이 나면 무조건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올라가는 것은 지역병원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이를 불식시키는 방법은 의료시스템을 세계적인 수준에 맞추는 길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의료 수준 향상을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국제의료기관평가(JCI)인증을 받는 것이었다. 세계가 인정하는 의료 수준이어야 환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다는 확신으로 구성원들을 설득햇다. 그는 2007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장으로 있으면서 국내 최초로 JCI인증을 받고 2010년 재인증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까다로운 인증과정을 준비하면서 구성원의 이탈도 있었다. 그는 “JCI인증을 받고 그대로 절차를 이행하면 고생할 것 같다고 생각한 일부 간호사들이 이직을 하기도 했지만 밀어부쳤다”며 “지금은 지역 병원가운데 최초로 인증을 받은 것에 대해 구성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JCI인증은 세계 1%의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는 자랑했다.

이 후 건양대병원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병원을 향하고 있다. 병원로비에는 ‘우리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병원이 되는 것입니다’라는 플래카드도 붙였다. 그는“병원이 돈을 벌려고 하면 때로는 옳지 않은 길로 갈 수도 있고, 이는 병원의 가치를 상실하는 것”이라며 “의료의 질이 향상되면 경영은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의료의 질이 높아지면 만족도가 올라가 환자들이 몰리고 수익성도 높여, 좋은 장비와 의사 초빙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의료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우수 인력의 영입에도 공을 들였다.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국의 내로라 하는 유명의사들을 찾아 초빙했다. 좋은 장비를 갖추는데도 힘을 쏟았다. 특히 환자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안전시스템 구축에 과감히 투자했다. 시스템을 잘 갖추고 지키면 수술 후 감염이나 약화사고 등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지난해 전국민을 아프게 했던 세월호 사고도 20여개 정도의 체크리스트만 갖추고 제대로 지켰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사회의 안전 불감증에 일침을 가했다.

그의 의료수준 향상 노력은 지방환자들의 수도권 병원 유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전이 감소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2012년 180만건이던 지방환자 유출이 2013년 120만건으로 30%가량이 줄었는데 그 역할을 건양대병원이 상당부분 담당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지난해 외래환자도 전년보다 월 5,000여명 증가했고 병실 가동률도 90%를 웃돌고 있다.

그는 “회의시간에 한 번도 수익성 이야기를 한적이 없고, 오직 의료수준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개선만을 강조하고 있다”며 “수익은 원장인 나 혼자 머리 속에 갖고 있으면 되는데 결과적으로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병원 경영철학’은 지난해 11월‘한국서비스 경영대상’수상으로 이어졌다. 주로 서비스 산업분야 종사자에게 돌아가던 상을 의료분야 인물에게 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의료분야에 서비스 개념을 도입해 환자들이 병원을 편리하게 이용하고 만족을 주기 위해 노력한 점이 인정 받은 것이다.

박 원장은 병원의 사회적 책임의식도 강조한다. 건양대 병원에는 3월 병원학교가 들어선다. 재활의학 의사로 발달장애 아동들의 재활치료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그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이다.

병원학교는 현재 병원자금 1억원을 투입하여 교실 개조공사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역의 뇌성마비 아동을 비롯해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어린이들이 교육청에서 파견된 특수교사의 지도로 교육을 받는다. 그는 “장애아동은 사회에서 잘 돌봐줘야 한다”며 “수익성을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우리 병원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생각에서 운영하기로 했다”고 설치 배경을 설명했다.

박 원장은 지역사회의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의료관광이 성공하려면 의료의 질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의료 수준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관광객을 모집하는 에이전트들이 의료의 질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고객 유치전보다는 높은 의료수준을 널리 알리는 게 선결과제라는 것이다.

그는 올해 9월 건양대병원의 JCI 재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의료기술이 국내 최고 수준을 넘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장애인들의 재활에 대해서도 더욱 애정을 쏟을 계획이다. 고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힘차게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

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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