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외진 낙후마을에서 한국의 ‘산토리니’로 우뚝 서
매년 두세배씩 관광객 증가… 올해 ‘빈집 레지던시’등 변신
“을미년 새해에는 부산을 넘어 세계 속의 멋진 마을로 도약할 겁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낙후된 마을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부산시와 마을주민들의 변신 노력으로 한국의 ‘마추픽추’, ‘산토리니’로 불릴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는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주민들의 새해를 맞는 소감은 남다르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전반적인 올해 경기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아 가게와 기업에 주름살을 드리우고 있지만 을미년 새해를 맞는 감천문화마을 주민들은 한결같이 활기에 넘쳐 입을 모아 마을의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감내분식을 운영하는 심명래(55)씨는 “분식점은 마을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관람객들이 몰리면서 가게 매상이 늘어 일할 맛이 난다”며 “올해는 더욱 열심히 손님을 맞겠다”고 말했다. 감내카페를 운영하는 이에레사(61)씨도 “매년 관광객이 두세배씩 증가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면서 “올해는 관람객들이 얼마나 더 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며 즐거워했다.
2009년 마을 주민과 지역 예술인들이 힘을 모아 시작한 미술 프로젝트를 계기로 마을의 모습을 확 바꿔 온 이 마을의 관광객 수는 매년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2011년에는 3만여명에 그쳤으나 2012년 9만 8,000여명, 2013년 30만 5,000여명으로 해마다 방문객이 3배 이상 성큼성큼 늘었다. 지난해에는 모두 75만여명이 다녀가 2013년과 견줘 2.5배 가까이 늘었으며, 2012년과 비교하면 무려 7.6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제4회 감천문화마을 골목 축제’가 연기되는 악재를 겪었지만, 방문객증가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사하구청 측은 감천문화마을 방문객 수 증가에 대해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전파력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나 부산관광공사가 개발한 여행상품에 감천문화마을 투어를 포함시킨 것도 방문객 증가에 크게 한 몫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심 재생에 관심을 둔 학자나 학생, 외국 도시 담당자의 방문이 크게 늘어난 것도 고무적이다. 지난 7월 25일에는 부산을 방문한 일본 나가사키 현 지사와 쓰시마 시장이 마을을 찾아 성공사례를 벤치마킹 하기도 했다.
관광객이 늘면서 마을 기업 증가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도 증가하면서 팍팍하던 주민들 살림살이에 주름도 펴지고 있다.
마을 공영주차장에서 일하는 송수흥(61)씨는 “지난해 구에서 준 정부지원금과 마을 기업 수익금으로 지금의 주차장을 인수해 일하고 있다”며 “올해는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수익금이 많이 늘어서 마을 발전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황현규(71)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 회장은 “추석 때 3,800세대 정도 되는 마을 주민 모두에게 선물을 돌리는 등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펼쳐 주민들간 따뜻한 온정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또 “올해는 그 동안 준비했던 주요 사업들이 완료돼 관광객이 더 늘어 날 것”이라며 “감천문화마을이 이제 부산을 넘어 명실상부한 국내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고 활짝 웃었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 하듯 감천문화마을은 올해 더욱 달라진 모습을 보이게 된다.
올해 완료되는 주요 사업만도 빈집 레지던시, 체험 주택, 비즈니스센터, 방문자 지원센터 건립 등 상당수다.
그 중에서도 문화마을내의 빈집 6채를 매입해 리모델링한 후 입주작가가 상주해 창작활동과 방문객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볼거리를 제공하는 문화예술 창작공간 조성사업인 빈집 레지던시가 가장 이목을 끌고 있다. 부산시는 부산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참여시켜 사업비 5억원을 투입, 올해 5월 준공할 예정이다.
건물 리모델링에는 ‘빈집의 미학’으로 잘 알려진 승효상 (이로재 대표), 조성룡(조성룡 도시건축 대표), 김인철(아르키움 대표), 프란시스 코 사닌(美시라큐스 대학교수)씨 등 세계적인 건축가가 참여한다. 이들의 명성만으로도 감천문화마을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탄생할 것으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감천문화마을 안내센터 건립 및 상징물 설치도 6월에 완료될 예정이다.
이경훈 사하구청장은 “감천문화마을이 부산을 넘어 한국에서 꼭 가 봐야 할 장소로 떠올랐다”면서 “올해에는 더 알찬 사업과 내실 있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전혜원기자 iamjh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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