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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젊은 한국, 시베리아를 넘어 유럽으로

입력
2014.12.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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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느꼈던 현상들이 2015년에도 역시 어김없이 나타난다. 육체의 나이와 상관없이 영혼이 젊은 사람들은 열심히 달려온 가쁜 숨을 내쉬며 새로운 다짐과 함께 설레는 새해를 시작한다. 옆에만 있어도 에너지가 느껴진다. 반면 영혼이 시들은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메마르게 한해를 맞이한다. 옆에 있자니 나까지 주저앉는 느낌이다. 국가의 경우도 차이는 있지만 마찬가지다. 인류 고대문명의 시작으로부터 수많은 국가와 왕조, 그리고 제국이 탄생하고 멸망했다. 그래서 국가의 수명도 사이클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국가가 탄생하고 중흥의 시기를 거쳐 전성기를 맞이한 다음 쇠퇴기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역사상의 국가들은 수명은 물론, 중흥기, 전성기, 쇠퇴기의 기간도 다들 제 각각이다. 신라는 약 1,000년(B.C. 57년∼서기 935)을 장수했고, 중국에는 당(唐), 송(宋)등 수백 년 동안 문명을 꽃피운 나라들이 있었다. 반면 진(秦)나라는 전국시대에 중흥기를 거쳐 중국을 최초로 통일하며 전성기에 들어서나 16년(B.C. 221년∼B.C. 206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기 동안 전성기와 급격한 쇠퇴기를 거치며 사라졌다.

국가와 함께 민족의 개념까지 놓고 보면 또 다른 시각이 나온다. 지구상의 많은 민족과 그들이 세운 국가들은 역사적으로 쇠퇴기와 전성기를 거듭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대인들은 약 4,000년에 이르는 흥망성쇠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솔로몬 왕의 영화 이후 B.C. 10세기경 이스라엘과 유다로 분열되고, B.C. 8세기에 아시리아와 B.C. 6세기 신바빌로니아에게 각각 정복당한 후 수천 년을 세계 각지로 떠돌아 다녔다. 이들의 유랑은 1948년 5월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스라엘을 건국하기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현재 유대인들은 세계경제를 좌우하고 미국 내에서 가장 강한 정치적 로비력을 보유한 민족적 전성기에 다시 와있다.

이런 배경 하에 2015년의 세계를 보니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온갖 민족이 뒤섞인 미국이 독립전쟁과 고립주의를 거치며 중흥기를 이루고 2차대전 이후 국제사회의 초강대국으로 전성기에 진입했다. 그간 1929년에 시작된 대공황, 40년대 나치 독일과 군국주의 일본과의 전쟁, 냉전시대의 구소련, 80~90년대 경제 강국 일본, 그리고 이제 중국의 부상 등 도전과 위기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근대 이전 아시아는 물론 세계 초강대국의 자리를 차지했던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이후 약 100년 동안 몰락을 거듭한 후 다시 일어섰고, 21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미중은 국가 영혼이 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어떻게 젊은 영혼을 유지하거나 다시 찾았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당면한 문제에 솔직하게 대응하고 국제사회의 조류인 개방과 연결의 고리를 강화했다는 점을 들고 싶다. 작년 12월 9일 인권문제로 논쟁을 벌였던 북한과 중국의 반격을 각오하면서까지 CIA 고문실태 보고서를 공개하며 과오를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미국 의회의 모습과 작년 6월 중국 공산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부정부패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위해 자신의 삶과 죽음, 직위, 평판을 모두 걸었다는 시진핑 주석의 발언은 계속해서 자국의 영혼들을 깨우고 있다. 또한 미국은 성공적인 이민정책과 앞선 산업, 연구 환경을 통해 세계각지의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다시 국제사회로 내보내며 소통한다. 중국은 주변경제 통합과 21세기의 육로와 해상 실크로드를 내세우며 자국과 세계를 더욱 탄탄히 연결시키고 있다.

2015년의 문을 열며 우리도 우리의 문제를 직시하고 개선하는 한편, FTA 체결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추구를 통해 세계 각지에 형성된 드넓은 우리의 경제 영토로 나가보자. 김정은 체제가 발목을 잡고 일본 극우정치세력이 도발해 오지만 이들을 역사적 시각의 긴 호흡으로 대하자. 한국이 도도한 역사의 조류에 편승해 아세안으로,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나아간다면 그들의 역류는 단기적인 저항일 수밖에 없다. 젊은 한국을 역사의 미래로 내보내자.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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