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수, "법과 상식 무너져..." 세월호 떠올리며 황금연기상 거부
뻔한 수상자·장시간 편성 되풀이에 시청자들 가상 시상식 만들기도
배우 최민수가 12월 30일 밤 진행된 ‘MBC 연기대상’에서 중년 연기자에게 주어지는 ‘황금연기상’의 수상을 거부했다. 단순히 상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만은 아니다. 최민수는 MBC 월화극 ‘오만과 편견’에 함께 출연하는 후배 백진희에게 수상 소감을 적어 보내 읽게 했다. “인천지검 민생안전팀 부장검사 문희만입니다. 이런 영광스런 자리에 저를 초대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줄임) 허나 다른 때도 아니고 요즘은 제가 법을 집행하는 검사로 살고 있기 때문에 말이죠. 뭐 잘한 게 있어야 상을 받죠. 그렇죠? 해서 죄송스럽지만 이 수상을 정중히 거부하려 합니다.”
이날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백진희가 대신 읽은 수상소감은 여기까지였다. 백진희가 휴대폰 문자로 받은 수상 거부 소감을 인쇄했으나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민수의 소감이 더 있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려졌다. “아직도 차가운 바다 깊숙이 갇혀 있는 양심과 희망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나 할까요? 법과 상식이 무너지고 진실과 양심이 박제된 이 시대에 말입니다.” 소감 뒷부분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그가 세월호 참사를 언급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오갔다. 백진희가 수상 소감을 적은 인쇄물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최민수가 하고자 한 말의 의미는 그 자체로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최민수의 수상 거부에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은, 지상파 3사의 연말 연기ㆍ연예ㆍ가요대상 시상식이 무더기 시상과 장시간 편성 등 해마다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올해 연예대상에서 MBC는 31개 부문에서 47개 팀이, SBS는 26개 부문에서 42개 팀이, KBS는 17개 부문에서 33개 팀이 각각 수상했다. 장장 3, 4시간 이어지는 지루한 편성도 비판을 받았다. 시상식 참석자만 보아도 누가 상을 받을지 뻔한데 굳이 이렇게까지 오래 방송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연말 연예대상의 장시간 편성으로 전파 낭비와 시청권 훼손 논란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데 개선되지 않은 채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상을 받으면 자리를 떠 시상식장이 휑해지는 것도 부담스럽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제 스타들에게 수상자 명단에 들지 못하면 시상식에 참석해달라는 말도 꺼내기 힘든 시대”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연말 시상식에 즈음해 시청자는 tvN ‘미생’과 ‘삼시세끼’ 등에 더 많은 박수를 보냈다. 인터넷에서는 가상의 시상식을 만들어 ‘미생’의 주인공들에게 신인상부터 대상까지 수여하고 ‘삼시세끼’의 나영석 PD에게도 상을 안겼다.
최민수는 자신이 연예대상 수상을 거부한 이유를 후배 백진희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그의 수상 거부는 지상파의 무의미한 시상 남발과 뻔한 연예대상 진행 방식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힐 수 있다. 지상파가 내년에는 연예대상 방식을 개선해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축제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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