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매각공고 시한 연장
"일부 업체 관심 보여 논의 계속"
시간 지날수록 기업가치 하락
매각ㆍ청산 택일 이달중 판가름날 듯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국내 3위 휴대폰 제조업체 팬택이 결국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매각주관사는 인수에 관심을 보인 일부 업체와 새해 1월까지 논의를 계속할 방침이어서 ‘벤처 신화’의 원조 팬택의 운명은 사실상 한달 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31일 팬택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 등에 따르면 팬택은 당초 연말까지 인수자를 결정하려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 삼정 관계자는 “12월 안에 인수 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후 계획이 불투명했는데, 다행히 복수의 업체가 관심을 나타냈다”며 “인수 의사의 진정성이나 구체적 계획 등에 대해 검토하고 논의를 1월에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허권과 공장 등을 따로 떼어 넘기라는 제안도 있었지만 법원과 팬택은 일괄매각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삼정 측은 12월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제1차 팬택 관계인집회에서 팬택의 청산가치가 1,505억원으로 1,114억원인 계속기업가치를 약 400억원 넘어선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청산이나 독자회생보다 좋은 가격에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삼정은 인수 후보자가 있을 경우 12월 말 제2차 매각공고를 내고, 내년 3월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협상이 미진하자 잠정적으로 12월 말이라고 못박았던 매각공고 시한을 조금 더 미루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행법상 기업은 최대 1년6개월 간 회생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팬택은 이미 한 차례 매각이 유찰된 데다 영업활동이 어려운 상태여서,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팬택이 극적인 매각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끝내 청산이라는 비극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1세대 벤처 신화’로 꼽힐 만큼 팬택의 상징적 의미가 크고 ▦청산 시 1만4,500여건에 달하는 보유 특허가 경매에 부쳐져 외국 기업에 토종 기술이 그대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국내 휴대폰 시장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독과점 체제로 완전히 굳어지게 될 가능성 등을 들어 “청산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직원들은 묵묵히 고통을 감수하며 회사의 재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직원 1,500여명은 한 달씩 돌아가며 월급의 50% 정도를 받는 유급휴직을 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1월부터 무급휴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팬택 관계자는 “8월 매각절차에 들어가면서 이미 많은 이들이 퇴사했다”며 “남은 직원들은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희망적인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팬택은 협력사 전국 550곳에 근로자 수는 7만여명에 달한다. 팬택이 사라지면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보여, 법원도 청산이라는 극단적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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