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유난히 춥네요.”
이상민(43) 서울 삼성 감독은 긴 한숨과 함께 이렇게 내뱉었다. 그의 말처럼 삼성에 이번 겨울은 유난히 혹독하다. 9연패, 한 경기 역대 최다 54점차 패배, 팀 자체 원정 경기 최다 타이 11연패를 당하는 등 온갖 고초를 겪고 있다. 팀 성적도 ‘당연히’ 최하위(8승24패)다.
허재(50) 전주 KCC 감독 역시 동병상련이다. 공교롭게도 허 감독은 2년 전 이 맘 때 “유독 이번 겨울이 춥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KCC는 이후 3년째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2014~15 시즌은 군 복무를 마친 221㎝ 최장신 센터 하승진의 복귀와 국가대표 가드 김태술이 합류해 기대감을 높였지만 삼성에 겨우 0.5경기 앞선 9위(8승23패)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현역 시절 각각 ‘영원한 오빠’와 ‘농구 대통령’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시련의 계절이다. 운명의 장난처럼 1월1일 오후 4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이 감독의 삼성과 허 감독의 KCC가 맞붙는다. 결과에 따라 꼴찌가 뒤바뀔 수 있는 한판 승부다.
최근 분위기는 그나마 삼성이 낫다. 삼성은 2014년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12월30일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원정 경기에서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가 리오 라이온스의 극적인 버저비터로 72-71 승리를 거뒀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 후 “나도 선수 시절에 경험해봤지만 버저비터로 이기면 선수들 분위기를 띄우는데 좋다”며 “2014년 경기를 모두 잊어 버리고 2015년 새 마음가짐으로 나섰으면 좋겠다”고 모처럼 미소를 지었다.
그는 또한 KCC와의 맞대결에 대해 “상대가 연패를 끊겠다고 나서겠지만 하승진이 복귀하지 않아서 높이는 우리가 앞선다”면서 “선수들도 자신감이 있을 것”이라고 연승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반면 쫓기는 신세가 된 KCC는 현재 7연패 중이다. 김태술이 허리 부상을 털고 돌아왔지만 하승진은 여전히 재활 중이다. 팀의 구심점이 없다 보니 외국인 선수 타일러 윌커슨에게 의존하는 빈도가 높다. 최근 2경기 동안 쏟아낸 실책은 29개에 달한다. KCC의 유일한 위안은 올 시즌 세 차례 격돌해 2승1패로 우위를 점했다는 것이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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