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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전승 70주년 지구촌 이벤트

입력
2014.12.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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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되는 해다. 승전국과 패전국에게 각기 의미는 다르겠지만 각국이 벌이는 다양한 기념행사로 지구촌이 떠들썩할 것 같다. 연합국에 속한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나치 독일과의 항복 조약이 비준된 5월8일을 전승기념일로 삼아 기념하고 있다. 패전국인 독일도 2002년부터 이날을‘파시즘으로부터 해방 및 2차세계대전 종전의 날’공휴일로 정한 것이 이채롭다. 침략 반성에 관한 한 확실한 독일이다.

▦ 연합국들은 별도로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항복한 뒤 항복문서에 공식 서명한 9월2일을 대일 전승기념일로 삼는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일전승기념일은 9월3일이다. 다만 영국은 우리의 광복절처럼 일 왕이 국민에게 항복을 공표한 8월 15일을 대일전승일로 기념하고 있다. 일본은 이날을‘전몰자를 추도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날’로 삼아 전몰자 추도식을 거행하는데 우익을 중심으로 평화헌법폐지 시위 등이 벌어져 침략 반성과는 거리가 먼 날이다.

▦ 대독전승기념일 행사를 가장 대대적으로 치르는 나라는 러시아다. 다른 연합국들보다 하루 늦게 5월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대규모 군사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여기에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초청된다. 2005년 60주년 기념식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고이즈미 일본총리 등 53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메르켈 독일총리는 취임 후 매년 이 행사에 참석, 전승을 축하해왔는데 과거사 반성 의지가 약한 일본과는 확연히 비교된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70주년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함께 초청해 또 다른 관심을 끌고 있다.

▦ 만약 박 대통령과 김정은이 올해 행사에 참석해 만난다면 세계적 뉴스가 되고 남북관계에도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광복 70년이자 분단 70년인 올해 남북이 함께 할 행사와 이벤트는 많다. 통일부가 추진 중인 광복 70주년 남북공동문화사업도 있고 서울시가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경평축구 부활도 기대해 볼만 하다. 다만 분단 70년의 비용과 고통을 더 이상 이어가지 않겠다는 남북 양측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가 문제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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