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초기부터 결정적 제보와 잇따른 문제제기
모두 사실로 드러나자 대한항공ㆍ국토부 ‘벌벌’
“재벌 불공정행위, 금융사 일탈 감시 강화할 것”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30일 구속수감 되면서 지난 11일 대한항공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막이 오른 검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검찰이 단호한 의지를 갖고 비뚤어진 재벌 일가의 행태를 바로잡은 것은 분명하지만, 수사를 촉발시키고 이번 사안을 공론화하는 데는 참여연대의 역할이 컸다.
참여연대는 검찰 압수수색 하루 전인 10일 오후2시 조 전 부사장을 항공보안법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8일 언론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처음으로 알려진 뒤 이틀 만에 이뤄진 신속한 조치였다. 참여연대가 당시 고발장에 적시한 조 전 부사장의 주요 혐의는 20일 뒤에 작성된 검찰의 영장 범죄사실과 거의 일치했을 정도로 정확했다.
참여연대는 수사 초기 대한항공이 조 전 부사장을 감싸기 위해 거짓해명을 늘어놓을 때 기내에서 난동에 가까운 폭언과 폭력이 있었다는 사실 및 객실담당 여모(57ㆍ구속) 상무가 증거인멸 행위를 주도했다는 사실을 검찰에 알려 수사방향을 바로 잡고 압수수색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도왔다.
대한항공 안팎에서 전해오는 제보를 검찰과 언론에 전하면서 감시자 역할도 충실히 했다. 조 전 부사장의 난동을 언론에 알린 박창진 사무장도 신뢰할 정도로 참여연대는 제보자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도 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불거져 나온 국토교통부와 대한항공간의 유착 의혹과 국토부 간부들이 항공기 탑승 때 승급혜택을 받은 사실도 참여연대의 문제제기로 공론화됐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참여연대로 들어오는 제보가 워낙 많고 문제 제기한 내용들이 모두 사실로 드러나면서 대한항공과 국토부가 벌벌 떨 정도였다”고 전했다.
참여연대는 그 동안 시민사회단체의 맏형답게 ‘갑의 횡포’로 대표되는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문제와 금융회사들의 일탈행위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경제와 금융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국순당과 남양유업, 아모레퍼시픽의 ‘갑질’을 공론화했고, 이석채 전 KT 회장의 배임행위와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로비 의혹이 검찰수사로 이어지도록 만든 것도 참여연대였다. 카드회사들의 개인정보 유출사태와 생명보험사들이 자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도 문제 삼았다.
참여연대는 언론보도 이후 논란이 되는 사안을 다루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체적으로 신고와 제보를 받아 검토한 뒤 고발 또는 수사의뢰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진실을 알리고 경제적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데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법 위에 군림하려는 일부 재벌들이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를 우습게 보지 않도록 사정기관들도 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의 여동생인 조현민(31) 대한항공 전무는 지난 17일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언니에게 보낸 사실이 31일 공개되자 트위터를 통해 사과했다. 문자내용은 조 전무가 조 전 부사장의 범법행위를 언론에 알린 박창진 사무장과 대한항공 내부 제보자들을 문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을 일으켰다. 조 전무는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정말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죄송한 마음”이라며 “굳이 변명 드리고 싶지 않다. 다 치기 어린 제 잘못”이라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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