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한 공원. 왁자지껄 신나 놀던 아이들은 가고, 눈사람만 남았다. 눈은 아직 펄펄 내리고 있고, 그 눈 맞으며 눈사람이 웃고 있다.
눈사람은 지금, 저 미소를 위해, 알맞게 휜 가지를 고르기 위해, 눈 덮인 공원을 뒤지고 다니던 아이들을 생각하는 있는 듯하다. 버들잎처럼 가지런한 눈. 지그시 감은 눈꼬리도 뭔가를 회상하듯 흐뭇하게 쳐져 있고, 고개도 갸웃 기운 것 같다. 눈사람에겐 그게 가장 오래된 기억이다. 어쩌면 유일한 추억이 될지 모른다.
따듯한 거실 혹은 온 가족 둘러앉은 식탁 앞에 앉아 당장의 맛난 음식에 이미 마음 빼앗겼을 아이들은, 그날 자신들이 눈사람에게 어떤 기막힌 선물을 주고 왔는지 모를 것이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부쿠레슈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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