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스스로 ‘밤일 알바’(아르바이트)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주로 ‘모던바’ ‘토킹바’ '호스트바' 등으로 불리는 ‘바(bar)’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학생은 대부분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남자 손님 옆에 앉아 술시중을 드는 일을 해주고 남학생도 비슷하게 여자 손님을 상대로 함께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기분을 맞춰주는 일을 합니다.
관련 시리즈 보기 ▶ ① '바'(bar) 알바 나가는 여대생들
이런 바의 대부분은 일반음식점이나 노래방으로 신고하기 때문에 이런 접객 행위는 불법입니다. 더구나 대학생이 하기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거리낌 없이 자발적으로 이런 알바에 뛰어드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왜 대학생들이 이런 알바를 할까요. 대학생들에게 이유를 들어보니 그 속엔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아르바이트 현실과 사치와 과시를 조장하는 사회분위기, 물질 만능주의 세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알기 위해 현재 ‘밤일 알바’를 하고 있는 대학생 10여명을 직접 만났습니다.
대학생 김정훈(25ㆍ가명)씨는 여자 손님들에게만 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명 '호스트바'에서 1년 반 가량 일했다. 오똑한 콧날과 쌍꺼풀 없이 큰 눈으로 주목 받는 외모를 가진 김씨는 힘들이지 않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이 일을 하게 됐다. 인터넷을 통해 서울 강남역 주변의 호스트바를 찾았고, 간단한 면접을 통해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됐다. 그의 일은 주로 여성 손님이 오면 다른 남성 접대부들과 함께 손님이 있는 방에 들어가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선택(업계 용어로는 '초이스')을 받는 것이다. 선택이 되면 손님의 옆에서 술시중을 들고, 분위기를 맞춰줘야 한다. 함께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실 수도 있고, 게임을 하거나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 때론 짓궂은 요청도 들어줘야 한다.
남성 접대부 일은 그의 생각대로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일이었다. 하루 20만~5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어서, 매달 대략 900만~1,000만원의 벌이가 가능했다. 여기에 손님으로부터 받는 팁까지 따지면 월 수입은 일반 회사원은 꿈도 꾸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
하지만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손님들의 기분에 무조건 맞춰줘야 하고, 독한 양주 등 술도 많이 마셔야 하는 일이었다. 업소 영업도 대체로 밤늦게 시작해 거의 아침이 돼서야 끝나기 때문에 다음날 시간을 맞춰 학교 수업을 가거나 하는 일도 점점 힘들어지게 됐다. 그는 현재 1학년까지 마치고 학교는 휴학 중이다.
게다가 돈도 많이 모으지 못했다. 김씨는 "저 뿐만 아니라 이쪽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버는 만큼 쉽게 쓰게 된다"며 "주로 성형수술이나 값비싼 옷으로 자신을 꾸미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남성 전용 유흥업소에 가서 즐기며 돈을 많이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때 유흥업소 여성들이 스트레스 푸는 곳으로 알려졌던 호스트바는 현재 일반인들도 쉽게 찾는 보편적인 업소로 확산되고 있다. 강남 일대에만 100여 곳의 호스트바가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법적으로 유흥업소로 신고하지 않고 '호스트바'라는 이름을 달고 운영하는 변종 노래방도 번화가를 중심으로 상당수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이런 변종 노래방에 더 많은 대학생 알바가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변종 노래방은 시간당 3만원 정도를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입은 적다. 호스트바는 관련 법규정이 모호하고 불법행위 적발이 어려워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다.
그러나 남자 대학생들이 이런 알바를 시작하게 되는 이유는 여학생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여학생들이 주로 큰 돈을 벌기 위해 '바(bar) 알바'를 선택한다면, 남학생들은 호기심이 이유인 경우가 많았다. 인터뷰 중 만난 대부분의 대학생은 '술, 여자, 돈'이 모두 충족되는 알바라는 점에 끌렸다고 이유를 밝혔다.
대학생 강모(23)씨도 호기심 때문에 호스트바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어느날 우연히 호스트바 접대부의 생활을 다룬 영화를 본 강씨는 친구들과 함께 인터넷 등을 통해 호스트바 일자리를 구했다. 그는 "군대에 가기 전에 영화에서 봤던 호스트바 선수들의 화려한 생활을 누려보고 싶었다"며 "20대엔 한번쯤 해볼만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역시 많은 돈을 벌었지만 모은 돈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재 군 복무 중인데, 제대하면 다시 호스트바 알바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호기심에 시작했더라도 이들이 호스트바 일을 그만두지 못하도록 발목을 붙잡는 이유는 여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겉잡을 수 없이 커진 소비와 사치였다.
부산의 한 호스트바에서 일했던 대학생 이모(22)씨는 "처음엔 어느 정도 돈을 벌면 그만두겠다고 생각했는데, 돈을 많이 벌게 되니깐 그 이상으로 쓰게 됐다"며 "1년 반정도 일했지만 모은 돈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바 알바를 하다 보면 단기간에 돈만 벌어서 나가겠다는 처음 생각이 변해, 대부분 돈 많은 '스폰서'(생활비와 용돈을 따로 대주며 만남을 이어가는 손님) 한 명 잘 만나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호스트바에 손님으로 왔던 관계를 발전시켜 꾸준히 용돈과 선물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호스트바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이한승(35ㆍ가명)씨는 "최근에는 돈과 화려한 생활에 취해 있는 대학생들을 많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대학생들은 학력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호스트바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밤의 유흥문화를 즐기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그런 생각으로 오는 대학생들은 결국 좋지 않은 길로 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했다. 이씨는 "미래의 기초를 닦고 꿈을 향해 달려도 모자랄 나이인 20대 초반에 과장된 화려함에 빠져 인생 전체를 망치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봤다"며 "결국엔 쉽게 번 돈이기 때문에 사치와 도박에 빠져 인생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현민지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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