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불리며 개성 중시한 3040 대중문화 부활
모바일 혁명 이끌며 위아래 세대와 원활한 공감대 형성
각박한 현실에 대한 반작용도 한몫 "현실 등한시 땐 사회적 퇴행 우려도"
김현정의 ‘그녀와의 이별’을 들으며 안무를 따라 하고, 걸그룹 SES의 ‘I`m your girl’이나 댄스그룹 터보의 ‘나 어릴 적 꿈’에 눈물을 글썽인다. 1990년대 모습이 아니라 2015년을 목전에 둔 오늘의 일이다. 이는 27일 MBC 예능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 방송 후 나타난 현상이다. 이 여파로 90년대 유행했던 노래들은 30일 현재 주요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했고,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는 ‘#토토가_후유증’ 해시태그(단어 앞에 #을 붙인 검색어. 클릭하면 같은 해시태그가 붙은 글을 볼 수 있다)를 단 글들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한국 사회가 90년대 문화에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2012년 영화 ‘건축학 개론’을 시작으로 지난해 케이블방송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거쳐 이제는 그 열기가 ‘토토가’로 옮겨 붙은 형국이다. 왜 우리는 이처럼 90년대 복고에 열광하는가.
전문가들은 3040세대가 20년 세월을 건너 뛰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독특한 세대라는 점을 꼽고 있다. ‘X세대’로 불렸던 이들은 정치적 이슈에 압도돼 개인적 문제를 뒤로 미뤘던 7080세대와 달랐다. 개성을 중시하는 이들의 성향은 대형기획사가 쏟아내기 시작한 그룹, 이에 열광하는 팬클럽 문화와 맞아 떨어지면서 ‘대중문화 르네상스’를 이뤄냈다. 3040세대는 디지털을 처음 접한 세대이기도 하다. 무선호출기, PC통신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인터넷 문화에 익숙했던 이들은 현재 스마트폰의 핵심 소비층으로 모바일 혁명을 이끌며 이전 세대와 달리 위아래 세대와 원활한 소통을 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복고 열풍은 3040세대가 과거에서 끌어올린 풍성한 문화 콘텐츠에 다른 세대까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토대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복고 열풍과는 사뭇 양상이 다르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90년대 유행했던 것들이 3040 전후 세대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90년대 복고는 일회성 유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명력이 긴 문화 코드로 남을 수 있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재석 같은 연예인은 위아래 세대 모두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점이 강점”이라며 “3040세대를 대표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프로그램에서 90년대의 문화를 실감나게 구현해 세대간 소통의 분위기가 잘 형성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각박한 현실에 대한 반작용도 복고 열풍에 한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복고가 사회적 퇴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삶이 척박하고 힘들지만 현실에서는 쉽게 돌파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과거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과거에 안주해 현실을 등한시하면 사회적 퇴행 현상을 낳을 수 있다”며 “1970년대 미국이 베트남전 패전으로 생긴 패배주의를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로 극복한 것처럼 복고를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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